소설가의 귓속말

by 김뭉치
술을 마시고 한 말도 당신이 한 말이다. 흥분해서 한 행동도 당신이 한 행동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마약이든 이념이든 사랑이든 취해서 한 말과 행동도 당신이 한 것이다. 엉겁결에 한 말이나 행동도, 치밀한 계산과 기획 아래 한 말이나 행동과 마찬가지로, 아니 그보다 더 당신이 한 말이고 행동이다. 이 사실을 부정해선 안 된다.

- pp. 8-9



사람이 사람에 대해 하는 모든 말은 결국 자기에 대한 것이다. 자기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서 사람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타인이 어떤 사람인지 말할 때 말해지는 것은 타인이 누구인지보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이다. 타인의 삶이, 전달하는 사람에 의해 달라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자기를 말하기 위해 타인의 삶을 선택해서 전달하기도 한다. 자기를 말하기 위해 수많은 타인들 가운데 특정한 타인의 삶을 선택하고, 그 타인의 삶 가운데 특정한 부분을 선택한다. 동조하기 위해서든 비판하기 위해서든 그렇게 한다. 자기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서 사람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이가 있다면, 그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이를테면 신일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에 대해 무슨 말인가를 하려는 사람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잘 들여다보아야 한다. 아니, 그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 사람이 무엇인지 말하는 장르인 소설은 소설가 자신을 파헤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소설을 쓰는 것은 '거꾸로 하는 스트립쇼'라고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말했다. 알몸으로 무대에 등장했다가 한 겹씩 옷을 챙겨 입는 것이 소설쓰기라는 설명이다. 그는 소설가가 자기 자신을 파먹는 존재라는 표현도 썼다. 이 스트리퍼가 하나씩 걸쳐 입는 옷들은 그의 알몸을 가리는 대신 그의 알몸이 거기 있음을 가리킨다. 역설이다. 가리기 위해서 입지만 가리키기 위해서도 입는 것이 옷이다. 몸이 없으면 옷을 입을 수 없다. 효과적으로 알몸을 가리는 옷들은 효과적으로 알몸을 가리킨다. 전시나 과시의 욕구 때문이 아니라 그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기 때문에 소설가들은 자기 자신을 소재로 삼아 글을 쓴다.

- pp.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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