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연휴 책'은 무엇인가요?
추석 연휴, 여러분은 무슨 책을 읽으셨나요?
저는 연휴를 맞아 고향에 네 권의 책을 싸 들고 갔습니다.
지난해에 셋째 이모가 돌아가셨고 올해 5월엔 엄마가, 그리고 지난주엔 친구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모두 우울증을 앓았던 분들이셨는데 저는 그걸 알기도 했고 모르기도 했습니다. 그들에게 저는 어떤 조카, 어떤 딸, 어떤 친구였을까요? 잇따른 죽음 앞에서 저는 너무나도 무력했습니다. 부고를 들을 때마다 우울했고 절망했고 슬퍼했습니다. 상실감에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으며 문득문득 저 역시 죽고 싶기도 했습니다. 소중했던 사람이 죽으면 곁에 있던 사람들은 우울한 게 당연하다고 하더군요. 6개월까지는 우울증 진단도 내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울하고 슬픈 게 당연한 일이니까요. 친구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고 힘들어 할 때 회사의 대표님께서 이 책을 추천해주셨습니다. 수없는 밑줄이 그어진 그분의 책을 보며 저 역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삶은 근본적으로 벼락같은 이별을 한 이들의 삶과 한치도 다르지 않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벼락처럼 잃고 홀로 남거나 사랑하는 이를 남겨두고 이별의 인사조차 남기지 못한 채 떠나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 둘 중 하나가 우리의 삶이다.
- 책머리에
책머리에 적힌 문장들에 절실히 공감하며 저는 삶과 겹쳐진 죽음에 대해 이번 연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누군가를 잃고 상심에 겨우신 분들과 함께 읽고 싶어요.
요즘 저의 가장 큰 관심사는 '죽음'과 그와 함께 수반되는 '상실'입니다. 매일매일 고통의 나날을 보내면서 저를 위로해주는 책들을 찾게 되지요. 『그때는 당신이 계셨고 지금은 내가 있습니다』는 쉬운 언어로 쓰인 시집입니다. 모름지기 시란 어렵게 읽히는 것이 아니라 쉽게 읽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병석의 시들은 심심하고 그래서 더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이 시집 속 시들을 어루만지며 저는 끝내 눈물을 삼키고야 말았습니다. 이 시집은 고향으로 가는 길 차 안에서 재독하고 동생에게 선물해 함께 읽을 요량으로 가져갔습니다만, 하루에 하나씩 꼭 사고뭉치 짓을 하고야 마는 저는 다시 이 책을 가져오는 우를 범했네요 ㅠㅡㅠ
「틀니」
잠자리에 들기 전
머리맡 대접 물속에
틀니를 담그면
당신은 밤마다 하회탈이 된다
오물오물
몇 번 입 움직이다
훠이훠이
안개처럼 흩어지는 목숨
이승에서 틀니처럼
당신 곁에 붙어서
오래오래 사랑하고 싶었다
오래오래 사랑받고 싶었다
혹시 『정확한 사랑의 실험』 읽어보셨나요?
신형철의 신작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은 4년 전 영화를 이야기했던 『정확한 사랑의 실험』과 비슷한 형식의 책으로 보여 챙겨봤습니다. 보통 영화 리뷰는 영화를 보지 않고 읽으면 이해하기 어렵거나 재미가 없을 때가 많은데 『정확한 사랑의 실험』은 보지 않은 영화에 대해서도 쉽고 흥미롭게 이야기하더군요. 『정확한 사랑의 실험』을 읽으면서 생각만 하고 보지 못했던 <케빈에 대하여>, <테이크 쉘터> 등을 보았고 <더 헌트> 등을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에 올려 두었지요.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은 <킬링 디어>에 대한 리뷰부터 시작하지만 『정확한 사랑의 실험』처럼 영화에 국한된 산문들은 아니고 시, 소설, 노래, 사진, 영화 등 다양한 작품에 대한 저자의 노력을 담았습니다.
너는 슬프지만 나는 지겹다
우리는 과연 타인의 슬픔을,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요?
지난 7월호부터 <Axt>의 가격이 올랐습니다. 창간 3주년을 맞아 기존 2,900원에서 10,000원으로 7,100원, 약 세 배 상승했는데요. 꼭지와 분량이 늘어났습니다. 아마도 기존 독자가 얼마나 충성도 있게 구매할 것인지, 늘어난 꼭지와 연재, 분량에 어느 정도 만족할지가 앞으로의 판매도를 견인할 것 같은데요. 저도 잡지를 만들고 있는 입장에서 가격 인상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면이 있었으리라 봅니다. 특히 지난 2년간 워낙 가격이 낮았으니까요. 가격이 인상된 뒤의 <Axt>는 얼마나 변했는지, <릿터>와는 어떤 점이 같고 다른지 살필 겸 이 잡지도 한 권 가져갔습니다. 이번 호 서평 키워드가 흥미로운데요. '시간'입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시간을 '전진이 아닌 순환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고통을 중심축으로 끊임없이 회전하는" 시간에 대해 역설했습니다. 문학은 그러한 시간으로부터 파생된 순간과 감정에 대한 기록이고, 독자는 문학을 통해 타인과 삶을 보다 더 유연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요. 소설가 김성중, 시인 박연준, 함성호, 번역가 류재화, 출판인 김보경, 여행가 김남희가 '시간'이라는 키워드로 읽은 문학을 들려줍니다. 그런데 사실 다른 말 필요 있나요. 커버스토리가 정영문인데요.
이게 소설인가, 하는 생각도 들 수도 있지만 얼마든지 소설이죠. 소설을 둘러싼 가장 큰 오해는 소설에 있어야 하는 것들로 여겨지는 요소들이 얼마든지 없어도 된다는 것이고, 20세기의 많은 소설들은 그 점을 잘 보여주었어요. 그런 요소들은 소설 속에 없어도 좋고, 오히려 그런 것들이 없는 소설이 이렇다 할 드라마가 없는 우리의 삶을 더 잘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죠.
―정영문, 「cover story」 중에서
추석 연휴, 여러분은 무슨 책을 읽으셨나요?
여러분의 연휴를 책임진 책들의 목록이 궁금한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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