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1일 월요일
'줄거리'(story)와 '이야기'(narrative)의 한 판 승부가 벌어지고 있었다. 서로 본인이 더 중요하다고 싸우고 있었다. 그들은 사람은 아니었다. 인간처럼 팔과 다리는 있었으나 줄거리는 세모 모양의 얼굴+몸의 존재였고 이야기는 네모 모양의 얼굴+몸의 존재였다. 나는 중간에 서서 그들의 싸움을 말리며 차라리 라카 씨에게 가서 판결을 내 달라자고 했다.
2020년 9월 22일 화요일
나는 반짝이는 금색의 궁정 슈즈를 신고 있었다. 광대들이 신는 것마냥 앞코가 뾰족했다. 나는 신이 나서 탭 댄스를 추었다. 양 발이 가볍고 경쾌하게 움직였다.
2020년 9월 23일 수요일
필자 두 분이 꿈에 나왔다. 한 푼은 파란색 체크 남방을 입고 계셨다. 나는 그분들과 회사에서 발송 준비를 했다. 잡지를 하얀 우편 봉투에 넣고 구역별로 우편 봉투를 쌓은 뒤 바인더로 묶는 작업을 계속했다. 안 그래도 아픈 손목이 너무 아팠지만 나는 굴하지 않고 발송 작업을 했다.
2020년 9월 24일 목요일
비평에 민감한 자기계발서 작가와 그의 며느리가 등장했다. 둘 다 영국인이었다. 할머니 작가는 내 책은 그저 그런 한심한 경제경영서가 아니야, 라고 며느리에게 쏘아 붙였다. 며느리도 지지 않고 맞섰다. 어머니는 아니라고 하시지만 사실 맞거든요! 할머니는 팔짱을 딱 끼고 서서 며느리를 노려 보았다. 중간중간 회색빛이 섞여 있는 구불구불한 백발은 귀 밑으로 내려와 있었다. 할머니는 고급스러운 모자를 쓰고 있었고 핑크색 카디건에 네이비톤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원피스의 자잘한 꽃무늬 패턴이 빈티지했다.
2020년 9월 25일 금요일
사무실. 내 방은 아니다. 다른 팀의 사무실에서 대표가 경영지원팀 담당자를 찾았다. 그와 꼭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그가 없다면서. 그는 휴가 중이다.
2020년 9월 26일 토요일
내가 만난 남자들 중 비겁한 사람이 둘 있었다. 그들이 비겁하다는 걸 진작에 알았음에도 그걸 알고서도 그들을 만난 건 내 잘못이었다. 비겁한 둘 중 한 명이 오늘 꿈에 나와서 오랜만에 그들의 비겁함에 대해 떠올리게 돼 불편했다.
꿈 속에서 나는 반팅을 하고 있었다. 아마 고등학생쯤 되는 모양이다. 교복을 입고 있는 아이도 있었는데 나는 학교 체육복을 입고 있었다. 나는 한 테이블에 앉아 동생과 다른 친구들과 함께 놀고 있었다. 어떤 남자애가 나를 찾아와 할 말이 있다고 했다. 한창 재미있게 놀고 있던 터라 나는 그 애를 따라가기 싫었지만 애써 찾아와 할 말이 있다는 걸 듣기 싫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 쟤가 너한테 관심 있대.
그 애가 나한테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집중이 잘 안 된다. 한쪽으론 그 애의 말을 듣고 있고 다른 쪽으로는 아까 놀던 테이블의 대화를 듣고 있다.
- 뭐라고? 시끄러워서 잘 안 들렸어.
- 쟤가 너한테 관심 있대!
그제서야 나는 '쟤'가 누구인지 확인했다. 있는 듯 없는 듯 반에서 조용한 남자애였다. 솔직히, 걔는 나한테 관심 있을지 몰라도 나는 걔한테 관심이 없었다. 갑자기 아까의 테이블에서 함께 놀던 P가 동생에게 이 테이블을 치우고 다른 테이블을 놓자 한다. 동생이 싫다고 하니 그럼 이백만 원을 줘야 된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꼭지가 돈 나는 P를 찾아가 따진다. P도 지지 않고 맞선다. 나는 P의 가슴팍을 밀친다. P는 살짝 긴장했지만 그래도 일단 악을 부리고 본다. P와 나의 싸움이 벌어진다.
갑자기 기분이 확 나빠진 나는 남자 친구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꿈에서도 놀란다. 읭? 내게 남자 친구가 있었다고? 어쨌든 몸은 이끌리듯 누군가를 찾아 나선다. 소란스럽게 반팅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한 무리의 모범생 집단들은 공부를 하고 있었다. 거기에서 나는 실제 중학교에 다닐 때 입었던 교복과 중학생 시절 사귀었던 남자 친구를 발견한다. 실제의 그 아이는 전혀 모범생이 아니었음에도 꿈 속에서의 그 아이는 공부를 하고 있다. 나는 공부 중인 그 아이의 어깨를 홱 잡아 끌며 나가자, 고 말한다. 그는 고개를 젓는다.
- 야, 너 황당하다? 나가자고! 나 여기 있기 싫다고.
그는 답은 하지 않지만 눈은 공포에 질려 있고 아무 곳에도 가기 싫다는 걸 무언으로 표현한다.
- 네 마음대로 해라.
나는 속으로 욕지기가 치민다. 나는 동생과 함께 밖으로 나선다. 그곳에선 동생의 남자 친구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그 사람은 현실에선 나의 제부였다!). 그리고 멀찍이에 내 남자 친구도 있다. 동생의 남자 친구에게 끌려왔나 보다. 난 기가 막히다는 듯 내 남자 친구를 경멸의 시선으로 노려본다. 그러고는 동생과 앞으로 걸어갔다, 씩씩하게.
2020년 9월 27일 일요일
나는 스키장에 있었다. 필자를 찾아 다녔다. 필자를 만났고 담소를 나눴다. 나는 필자에게 굽신거려야 했다. 사회생활을 하는 내 모습을 보고 다른 동료가 경멸 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수치스러웠다.
나는 반장이었다.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려는데, 한 무리의 아이들이 나를 불렀다.
- 반장, 41분째 우리 버스가 안 오고 있어.
나는 상황 파악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고는 나의 버스를 찾아 탔다. 남은 자리에 겨우 앉았다. 어떤 넓데데한 얼굴의 남자 아이 옆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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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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