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가을

- 『브루노 슐츠 작품집』 중에서

by 김뭉치

"가을, 1년 중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시간, 365일간 달리는 태양의 메마른 지혜를 그 거대한 도서관에 수집하는 가을. 아, 양피지처럼 노랗고, 늦은 저녁과도 같은 지혜로 달콤해진 나이 든 아침! 글을 지우고 다시 쓴 현명한 양피지처럼 교활하게 웃고 이는 오전과, 노란 책의 여러 겹 본문들! 아, 가을의 날들, 빛바랜 가운을 입고 사다리를 더듬어 올라가 모든 세기와 문화의 달콤한 잼을 한 숟갈씩 맛보는 늙고 간사한 사서! 각각의 풍광은 그에게는 오래된 소설의 첫 장과 같단다. 안개 낀 벌꿀빛 하늘 아래 반투명하고 슬픈, 늦은 하루의 달콤한 빛 속으로 오래된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풀어 준다 한들 그에게 무슨 재미가 있겠니? 돈키호테가 소플리초보에서 무슨 새로운 모험을 찾아내겠니? 로빈슨 크루소가 고향 볼레후프에 돌아온 뒤에 삶이 어떻게 됐겠니?"

- '두 번째 가을', 「모래시계 요양원」, 『브루노 슐츠 작품집』, p.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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