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샐러드

by 김뭉치

"내가 요리를 왜 좋아하는지 알아? 종일 무슨 일 했나 알지도 못한 채 퇴근을 하지만, 집에 오면 확실하게 알게 되는 것이 있거든. 가령 달걀노른자를 초콜릿, 설탕, 우유에 넣고 나면 굳어진다는 거! 참 위안이 돼." 영화 《줄리 앤 줄리아 Julie & Julia》 속 줄리의 대사이다. 계획대로, 생각했던 대로 일이 술술 풀리지 않는 날, 정해진 규칙대로 요리하다 보면 기분이 나아질 때가 있다.


『나의 샐러드』 김현의 지음, 사키 그림, 어반북스, 2020


(중략)


표지 이누이트 100g, 후가공 표지 유광먹박(제목), 책등 매직패브릭 고백색 120g


불편한 내색이 역력한 졸리를 보며 나에게도 종종 있는 불편한 순간들이 떠올랐다. 상대가 원한다면, 분위기를 살피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듣기 싫은 말을 듣고도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애써 웃어넘기는 순간들. '꼭 그렇게까지 분위기를 맞춰야 해?'라고 스스로 질문하면, 늘 '그럴 필요 없잖아!'라는 마음의 소리가 고민 없이 나오지만, 마음과 달리 분위기를 맞추는 것에 익숙해져 간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이가 들면서 분위기를 맞춰야 하는 순간은 더욱 잦아졌다. 오래전 나의 직장 선배는 지나치게 솔직해 자신의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까지 가감 없이 표현하고 드러내는 사람이었다. 선배는 마치 목표를 달성하듯 하루에 꼭 한 가지씩은 타인의 단점을 만들어 지적을 하는 듯 보였다. 나는 그 대상이 되고 싶지 않았고, 늘 선배의 눈치를 살피며 필사적으로 분위기를 맞췄다. 그 사람에게 맞추면 맞출수록 자존감은 낮아졌다. 내가 나의 감정을 돌보지 않으니, 다른 누구도 나를 돌봐주지 않았다. 그런 과정 속에서 결국,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은 그 선배만이 아니라, 나 자신도 포함되어 있었다.


판형 210x320mm

- 「콥 샐러드(COBB SALAD)」, p. 4


디자인 이영하(스튜디오 고민)
내지 네오도화용지 백색무광 170g, 면지 백모조 15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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