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몽상록

2021년 1월 셋째 주- 토요일의 꿈

by 김뭉치

동생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늘 가는 미용실에 갔다. 코로나19 때문인지 미용실은 텅 비어 있었고 직원들은 청소를 하느라 분주했다. 메인 디자이너와 스태프 한 명이 나와 우리에게 조금 기다려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우리는 기다리겠다고 하고 통창으로 아래층 사람들을 구경했다. 법복을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는데 그중 한 명은 내 친구였다. - 꿈에선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생각했지만 깨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 친구는 전체적으로 검정색에 넥 장식만 빛나는 보라색인 법복을 입고 미용실 층으로 올라왔다.


우리 셋은 계속 기다렸지만 직원들은 우리에게 들어 오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한 무리의 손님들이 이미 미용실로 들어간 뒤로도 그랬다. 정중하게 따졌더니 그제서야 마지못해 우리를 들어오게 했다. 그런 태도는 내내 이어졌고 참다 못한 나는 그렇게 살지 말라고 악다구니를 쓰기 시작했다. 동생 손을 잡고 끌고 나왔다. 그 사이 동생은 본인의 과거 커리어를 생각한 모양이다.


- 별별 일이 다 있었지.



동생은 그렇게 말했다. 그 기억엔 내가 자리 잡아 있을 때도 있어서 나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 전에 일하던 곳 원장님께 여쭤봤는데 그래도 이런 일은 흔치 않다네.


그럼 그렇지, 나쁜 사람들. 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 동생 손을 잡은 채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다. 우리는 이상한 버스를 탔고 버스는 세차게 파도가 치는 곳에 우리를 내려주고 떠났다. 바람도 거셌다.


- 조심해!


행여나 파도가 동생의 발목을 거칠게 휘감을까 걱정됐다.


- 뛰어!


우리는 우리를 잡아먹을 듯 달려오는 파도를 피하고자 미친 듯이 달렸다. 밭은 숨은 목구멍 안으로 들어가 피맛을 냈다. 눈앞엔 내가 싫어하는 남자 동창들이 있었다. 한 명은 서울, 한 명은 동해, 한 명은 부산. - 꿈이라서 도무지 말이 되지 않았다. - 절대 동생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없단 생각에 파도와 더불어 그들까지 요리 조리 피하며 달려 나갔다. 우리가 밟는 땅은 거칠었다. 동생은 맨발로 달리다가 아파했고 내가 신을 신으라고 하자 얼른 다시 신발을 신었다. 뒤에서는 파도가 우리를 집어삼킬 듯 계속해서 달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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