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에보니 타워>의 첫 장

- 존 파울즈 지음, 정영문 옮김, 열린책들, 2006

by 김뭉치

... 깊고 넓은 숲들을 지나 낯설고 야만적인 땅들을 지나 수많은 험한 길들을 통과하고 많은 위험과 좁은 길들을 통과하여 그는 비로소 좁은 오솔길에 당도했다.

- 크레티앵 드 트루아의 <이뱅>


데이비드는 셰르부르에 도착해서 차를 몰고 아브랑슈까지 가 그곳에서 화요일 밤을 보낸 뒤, 다음 날 오후에 코에트미네에 도착했다. 그로 인해 그는 남은 구불구불한 길을 운전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멀리 몽환적인 몽 생 미셸의 멋진 뾰족탑을 볼 수 있었고, 생말로와 디낭 주위를, 그 후에는 눈부신 9월초의 날씨 속에서 남쪽으로 새로 난 시골길을 산책할 수 있었다. 그는 비옥함을 발산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몰두하고 있는 듯한, 정확하게 가지를 바짝 자른 과수원과 수확이 끝난 땅의 조용한 풍경을 이내 좋아하게 되었다. 그는 두 번이나 걸음을 멈추고 그곳의 특별히 기분 좋은 색조와 깊이에 대해 메모했다. 그림물감으로 평행하게 줄을 그었으며 연필로 깔끔하게 부연 설명을 적었다. 이러한 문자로 된 메모에는 공식적인 출처에 대한 몇 가지 암시들이 있지만 - 어떤 줄은 들판 또는 햇빛이 비치는 벽 또는 멀리 있는 언덕과 연관이 있었다 - 그는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차를 몰고 가기 전에 날짜와 시각, 그리고 날씨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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