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신뢰에 의지하기 전에 시스템적인 방법을 활용하기
이번 [11화]에서는 최근에 뉴스에 나온 [교원 꼼수 복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작년에 지역 교육청 강의를 몇 번 진행하면서, 교감 선생님들에게 받은 공통적인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요즘에 육아휴직을 나눠서 쓰는 교원 때문에, 기간제 교사를 다시 채용을 해야 해서 넘 힘들다"
저는 맨 처음에 이 질문을 받고, '대체 왜 육아휴직을 한 번에 쭉~ 쓰지 않고, 나눠서 쓰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육아휴직을 경험한 적이 있지만, 보통 회사에서 이렇게 육아휴직을 나눠서 쓰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와 관련하여 해당 질문을 한 선생님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고, 나중에 교사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세부적인 상황을 들으니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교사들은 방학 기간 중에 재택 연수를 받으면, 출근을 하거나 담임을 맡지 않아도 월급과 기타 상여금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출산 휴가가 끝난 시기라던가, 육아휴직 중간에 방학 때 복직을 하고, 다시 방학이 끝내서 휴직을 다시 내는 경우들이 있다. (이런 경우 도덕적인 비난을 할 수는 있겠지만, 법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이슈는 이렇게 '꼼수 복직'을 했다가, 다시 휴직에 들어가는 경우에는 다른 문제들이 발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교감 선생님과 같은 학교 관리자인 경우에는 기존 기간제 교사를 중간에 해고하고, 다른 기간제 교사를 또 뽑아야 한다는 행정적인 번거로움 등이 발생한다는 것이 있었지만, 막상 이 일로 해고를 당하는 교사의 경우는 기존의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고 부당한 해고를 받는 일, 즉, 말 그대로 소중한 직장을 잃는 큰 일을 당하는 것이었죠.
저는 이에 "기존 휴직 직원이 꼼수 복직을 하더라도, 기존에 채용한 기간제 교사 인원을 해고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안 되냐?"라고 물어봤지만, 학교의 TO가 타이트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존 인력을 해고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도 어렵다고 하더군요.
강연 전후로 관리자들에게 이러한 사례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면 "(내가 해야 하는) 채용의 번거로움은 차치하더라도,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서 꼼수 복직을 하는 후배 교사들의 행동이 너무 이기적이기 교사답지 못하다"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 관련 '꼼수 복직' 내용이 언론 기사로 나간 이후에 달린 댓글들을 보더라도, 소위 "이기적인 젊은 교사들"의 행동에 분노하는 반응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러한 행동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지만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이러한 이슈가 생길 때마다 반복되는 상황은 특정 세대의 태도를 문제 삼는 것으로 귀결되긴 하지만, 이것이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은 되지는 않고 있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도덕에 호소를 하기 전에,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개선을 위하여 법적 시스템적 해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즉, 누군가의 태도를 문제 삼기 전에, 법과 시스템으로 그러한 부도덕하고 이기적인 행동 자체가 불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죠.
하지만 이렇게 법과 시스템을 정비하기 위해서는 꼼꼼하면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실제로 2020년 국민권익위원회는 "휴직 중 교원이 방학 기간에 조기 복직하거나 일시복직 후 학기 시작 시 재휴직하여 급여만 수령하는 부적절한 행위는 예산 낭비"라며, 관련 웹툰을 만들어 공유하고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에 제도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이 교육 공무원 인사 실무에도 반영되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문제점에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이것은 강제성이 없는 지침 개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부족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법적으로 정해진 휴직제도를 자유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 자체를 건들 수 없다면, 방학 중 집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는 '41조 연수'에 대한 조건 개선(*가령, 기존 학기를 근무해야지 방학 중 집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는 권리 발생) 혹은 (예정에 없던 얌체 복직과 관련 없이) 기간제 교사에 대한 계약기간 보장 등을 법적/시스템적으로 개선을 이뤄낼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직 의견 있으시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그리고 일상 근무 중에서 이러한 '시스템적인 개선'을 이룰 수 있는 방안 하나를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최근에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자기 것만 챙기려고 하는 젊은 세대"와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예전에 브랜드 매니저(Brand Manager) 직무로 근무했을 때의 일입니다. 제가 맡았던 이 직무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맡은 브랜드 제품의 매출과 손익으로 개인의 근무평가가 결정 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자기 것만 챙길 수밖에 없다고 볼 수 있죠. 문제를 이렇게 '자기 것을 챙기는 것이 중요한 직무'들이 모여있는 팀에 '팀 공통의 업무'가 주어졌을 때 발생합니다. 모두가 자기 브랜드 제품에만 신경 쓰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알아서 공통 업무를 챙기려 할리가 없으니 '공동 책임=무 책임'이 되기 아주 좋죠.
이러한 구조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팀은 '궂은일은 후배 사원이 도맡아서 해야지'라는 생각을 넘어서, 공통 업무들이 생기면, 이를 합리적으로 분배하기 위해서 (한 달에 2~3번이 넘더라도) 비정기적인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각자의 현재 격무 수준과 지금 맡고 있는 공통적인 업무를 서로 공유하고, 최대한 서로의 형평을 맞춰서 공통업무를 분배하곤 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을 거치더라도 100% 공평한 공통 업무 분배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적어도 서로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서 나중에 불만을 표출하기는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낸 것이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시스템적인 개선 혹은 시스템적인 신뢰를 만들어내는 것이 반드시 회사 차원이나 법적인 개선을 이루지 않고서라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개개인이 모인 집단에서 최대한 서로의 합의를 이루고, 그것을 지켜나갈 때 우리는 '서로의 태도 탓'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