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습니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강연 자리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을 뽑으라면, 아마도 다음과 같은 문장일 것입니다.
요즘 젊은 애들 너무 개인주의 아닌가요?
전통적인 대한민국의 기업문화가 '개인의 이익이나 목표보다는 집단의 이익이나 목표를 우선시하는 관점'인 "집단주의"에 가까웠던 것에 반해, 기업에 새롭게 융합되는 세대들은 집단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중시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를 '개인주의'라고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문제는 지금의 세대들을 단순한 개인주의자가 아니라, 주변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고 하는 '이기주의자'로 바라보는 것에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자주 혼동되기는 하지만, 이 둘은 서로 같은 개념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이기주의는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이나 사회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고방식'을 뜻하지만, 개인주의는 '오로지 나 자신'이 아니라, '개인'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들에게 개인은 자기 자신뿐만이 아니라 타인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단지, 사회의 이익 보다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더 존중할 뿐입니다. 즉, 개인주의자들은 타인의 자유와 이익도 중요하게 바로 보기 때문에 이들 모두를 이기주의자로 보는 시각은 합당치 않습니다. (*물론 실 생활에서 이 둘을 철저히 구분하기는 힘들지만 말입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90년대생과 2000년대생과 같은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개인주의자가 아니냐?"라는 질문을 주신다면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요? 저는 분명 "맞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반대로 질문을 하나 던질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선생님은 개인주의자가 아니신지요?"라고 말이죠. 쉽게 비유하자면, 만약 당장 오늘 회사에서 잘리더라도, 떠나는 회사에 충성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느냐는 말이죠.
사실, "한국의 젊은 세대=이기주의, 기성세대=집단주의"라는 통념은 2010년대 초중반까지 조직 사회의 강압적 회식 문화와 같은 집단주의의 폐해에 벗어나는 과정에서 강화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조직의 관행들(상사가 먼저 자리를 뜨기 전에 퇴근할 수 없었던 문화, 회식 자리에서는 막내가 고기를 구워야 했던 것 등등)에 젊은 직원들이 하나 둘 반기를 들거나, 그대로 따르지 않게 되자 이를 '젊은 세대는 조직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주의자'로 치부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게 된 것이죠. 여기에 "요즘 애들"을 대체하는 마법의 단어 'MZ세대'가 등장하면서, 부정적인 통념을 쏟아내기 좋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저는 지금의 기성세대들 또한 똑같은 개인주의자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세대들 또한 개개인으로서는 '개인의 의의와 가치를 중시하고,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는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봅니다. 이는 1990년대 혜성처럼 등장했다고 여겨지는 1970년대생 X세대의 주요 특징들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윗 세대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동서양의 근대사상 또한 줄곧 개인을 강조해 온 것이죠.
하지만 지금의 2020년대와 기존의 20세기와는 하나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1990년 기업의 면접 모습을 보여주는 이 유튜브 영상에는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는' X세대 피면접자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면접자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면접관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면접장에 들어서자마자 그랜절을 시전 하는 20대 면접자의 모습을 볼 수 있지요.
충격적인 것은, 이런 모습 정도는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라는 듯이 담대하게 받아들이는 면접관의 태도일 것입니다. 단지 "잘 봐 달라고 큰 절 한 건가?"라고 반말을 시전 하면 됐던 것이죠.
저는 지금의 기성세대 개개인들은 '개인주의자'가 가까운 가치를 가졌다고 보지만, 단지 그 당시 회사에 들어와는 개인의 가치를 펼쳐내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이 가졌던 생각을 그대로 회사에서 펼쳐 보였다 가는 소리 소문 없이 잘려나가면 그만이었을 뿐입니다. 이는 저 또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 개인은 조직의 이익보다 나 자신의 이익의 가치가 더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신입사원으로 있던 2000년대 중후반에는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와 같은 언행이 통할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의 시대가 조직의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넘어가는 과도기라고 봅니다. 궁극적으로는 조직에서 개인들이 오로지 자기의 일만 잘 처리하더라도 전체 조직이 흘러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시스템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하죠. 지금의 과도기적인 상황은 마치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백화점 등에서 주차 번호표를 대신 뽑아주던 주차안내원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자동으로 주차번호표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누군가가 수동으로 대신 뽑아주던 부조화스러운 모습이 잠시 있을 뿐이지요.
하지만 각 세대 간의 공통점이 아니라, 차이점을 보는 관점에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바로 금년부터 새롭게 조직에 유입되는 <2000년대생>분들이 기존의 <90년대생>, <80년대생>과 어떻게 다른지를 찾아내는 일이죠.
저는 그 첫 번째 관점에서 단순한 <개인주의>가 아닌 '개인보호주의"라는 개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지금 시대의 개인이 단순히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는 것'을 넘어 '철저하게 개인을 보호하는 개념'으로 진화했다는 내용을 말입니다. 그 핵심에는 평균 2명 이상이 태어나던 세대에서 평균 1명이 태어나게 된 세대가 존재합니다. 1990년대에 678만 명이 태어났지만, 10년 만에 191만 명이 줄 496만 명이 태어난 그 2000년대생을 중심으로 이 보다는 심도 있는 이야기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