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집왕 Jan 02. 2023

[8화] 회사에서 에어팟끼고 일하면 안 되나요? 왜요?

그렇다면 구르프는 어때요?

얼마 전에, SNL코리아 시즌3 [MZ오피스]에서 젊은 세대 사원들이 회사에서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을 끼고 업무를 하는 것과 관련한 갈등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위의 유튜브 Shorts에 나온 것처럼, 업무 중에 무선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는 젊은 세대 사원을 보다 못한 팀장이 조심스럽게 "업무 중에는 우리 에어팟을 빼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물어봤지만

[MZ오피스]의 맑은 눈의 광인 김아영의 행동을 그대로 답습한 주현영 (출처: 쿠팡플레이 - MZ오피스)

젊은 사원은 "저는 에어팟을 끼고 일해야 능률이 올라가는 편입니다"라고 답했고, 이에 급발진 버튼이 눌린 팀장과 또 그러한 반응에 같이 예열된 젊은 사원이 서로를 "찍찍(젊은 세대를 MZ세대로 보고 이를 비하하는 표현)"과 "딱딱(기성세대를 틀니세대로 보고 틀니딱딱이라며 비하하는 표현)"이라고 부르며 대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꼭 [MZ오피스]에서만 나온 가상의 에피소드가 아니라 실제로도 최근에 기업 현장에서 종종 발생하는 실제적 갈등이기도 합니다. 기업형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서도 요즘에 곧잘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이슈이기도 하죠. 


하지만 저는 예전부터 기업 현장에서 강연을 진행하다 보니, 이러한 갈등들은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항이었죠. 2019년 중반부터 계속해서 이야기가 전해 들었고, 실제로 강연 때 싸움이 난 것도 직관(?)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그리 새로운 이슈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회사에서 근무할 때 머리에 [헤어롤]을 말고 일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017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에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께서 경황이 없었던 중에, 머리에 헤어롤을 그대로 말고 헌법재판소에 들어가는 모습이 회자가 됐던 적이 있었죠. (사실 헤어롤이라는 정식 명칭보다는 일본어에서 유래한 '구르프'라는 단어가 더 익숙합니다만..^^) 이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지하철과 같은 공공장소에서도 헤어롤을 말고 다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회사 근무시간에 머리에 헤어롤을 말고 일하는 것은 괜찮을까요? 사실 에어팟과 관련한 근무 논란과 함께 묶여서 이 헤어롤 이슈로 자주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회사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근무 이슈들은 곧잘 [특정 세대의 업무 태도]와 결부되어, 결국에는 (그 놈의)MZ세대와 기성세대의 세대 대결로 번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서로를 "찍찍"과 "딱딱" 등으로 비하하고, 결국에는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파국을 맞이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논란을 [태도 문제]로 귀결시키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어팟이나 헤어롤과 관련 이슈를 [태도가 올바르지 못한 세대 탓]으로 돌리는 것을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에어팟]과 [헤어롤] 이슈들이 보통은 지금의 신입사원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이슈들의 핵심은 [이전에 발생하지 않았던 문제]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를 보통 [회색 영역]이라고 부릅니다. 법과 원칙, 그리고 상식과 같이 [투명하게 규정되어 있는 영역]과 연봉 정보나 개인정보 같은 [보이지 않는 영역]의 중간에 위치한 영역이라는 것이죠. 이러한 회색 영역에서 발생되는 문제들은 기존에 발생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라는 것이 바로 Key Point입니다.


물론 이러한 일들이 [2000년대생]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2000년대생 분들이 아직 본격적으로 회사에서 유입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올해 2023년부터 새롭게 조직에 들어오기 시작한다는 점에 있어서, 이러한 새로운 갈등에 대한 해결 포인트를 먼저 생각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대학 논술 시험 참고 사진 (*출처: 연합뉴스)

제가 몇 달 전에, 들었던 한 사례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서울 소재의 한 여대에서 강연을 갔을 때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요즘에는 대입에서 정시보다 수시의 비율이 더 높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수시의 여러 전형 중에서 [논술 전형]이 있는데요. 이 여대에서 수년 전부터 논술 고사를 실시할 때, 일어났던 이슈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앞서 이야기가 나왔던 '헤어롤'과 관련한 이슈였습니다. 대학 입학 전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논술 시험을 보는데 간혹 헤어롤을 하고 시험을 보는 학생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논술을 감독하는 교수 혹은 대학 교직원 분들 중에서 이를 '수험생으로서 옳지 못한 태도'로 보고 이를 지적했다가, "구르프를 풀라"는 지시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왜요?"를 시전 하는 학생과 논쟁이 붙는 일들이 일어났다는 것이죠.


이러한 갈등을 몇 년 겪다가, 대학 측에서 한 가지 [논술시험 감독 지침]을 만들었는데, 이 지침이 만들어진 이후에는 논술시험+헤어롤 갈등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 지침은 다음과 같습니다.


논술시험에서 수험자가 구르프를 착용하는 것은 상관하지 않습니다


면접고사에서 헤어롤을 착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냉정하게 따져서 논술 시험의 수행에 있어서 머리에 삭발하든 머리에 구르프를 말고 있는지 등은 큰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제약을 둘 수 없다는 것이었죠. 

2023 수학능력시험 '성게 머리'로 민폐 논란 사진 (*출처: 서울신문 관련 보도)

(2023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시, 모히칸 헤어 스타일로 시험을 봤다가 민폐 논란이 일어났던 일을 떠올려보시면 좋지만, 이 부분이 논란이 있었다 할지라고 법적/제도적으로 문제를 삼을 수는 없는 일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포인트는 누군가의 태도를 문제 삼는 것을 넘어서, 명확하게 이 행동이 되는지 안되는지를 정하는 것에 있습니다. 하나의 사항이 모든 곳에 똑같이 적용될 수는 없습니다. 단지, 특정 행위가 우리 조직의 업무 성격, 특수적 상황에 맞춰서 허용이 되는지는 [시대적 관점]에 맞춰서 판단을 하고, 이를 사전에 알리고 그 규정을 따르기로 합의했다면 그대로 이행을 하는 것이 되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에어팟]이나 [헤어롤] 이슈 말고, 아직 미디어에서 공론화되지 않는 사례들을 소개해드릴 수 있도로 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위의 이슈 말고 여러분 조직에서 일어났던 새로운 이슈가 있다면 편하게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전 08화 [7화] 90년대생과 2000년대생의 가장 큰 차이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