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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집왕 Dec 19. 2022

[6화] '처음 사용했던 휴대폰'을 기억하시나요?

[아날로그 마인드]와 [디지털 마인드]를 나누는 기준

여러분은 처음 사용했던 휴대폰이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나나요?


저는 솔직히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2000년도에 수능이 끝나고(*20세기에 수능 본 사람. 옛날 사람 인증 ㅋㅋ), 동네 휴대폰 대리점에 가서 3만 원을 내고 저렴한 PCS폰(웟샷018 ㅋㅋ)을 샀는데, 모델명은 솔직히 모르겠고, [텔슨 전자]였던 것만 기억이 납니다.

걸면 걸리는 걸리버 아시죠?

제가 휴대폰을 처음 샀을 때는, ‘디지털 통신’이라고도 불린 2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CDMA가 도입된 상황이었지만 당시 휴대폰 제조사들의 핵심 경쟁전략은 여전히 ‘전화가 잘 걸리냐?’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휴대폰사의 브랜드 명도 ‘걸면 걸리는 <걸리버>’, ‘언제 어디서든 통화가 잘 된다는 의미의 <애니콜>’과 같은 것들이었죠.


요즘 분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2001년, 2002년만 하더라도 지하만 가도 휴대폰 신호가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문자 메시지(SMS)를 보내도 ‘전송 실패’가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죠. 그래서 이 당시부터 휴대폰을 쭉 써온 저에게 박힌 기본적인 마인드는 “휴대폰은 그저 전화가 잘 걸리고, 문자만 빨리 전송되면 충분하지!”가 되어버렸죠.


제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90년생이 온다≫를 처음 쓸 때, 82년생인 저와 10년 정도 격차가 있는 90년대생 친구들이 유의미한 구분은 바로 모바일 기술을 받아들이는 “익숙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0살에 처음 휴대폰이란 문물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전화가 잘 터지기만 하면 장땡이지”라는 2G 마인드를 가지게 된 누군가와 영상 통화와 데이터 통신에 최적화된 3G폰을 청소년기부터 써온 누군가와는 현재 같은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고 할지라도, 익숙함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봤죠. 그래서 책에서 이를 구분하여 저와 같은 80년대생은 웹을 거쳐 앱을 경험하게 된 웹 네이티브(Web Native), 90년대생은 스마트폰과 앱에 더 익숙한 앱 네이티브(App Native)로 서술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80년대생과 90년대생의 차이점을 바라보는 것과 반대로 이 둘 간의 공통점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분명 기술을 받아들이는 ‘익숙함’이라는 관점에서는 미세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지만, 이 두 세대는 모두 공통적으로 첫 번째 휴대폰이 폴더폰이라고도 불린 피쳐폰(Feature phone)을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2G나 3G 피쳐폰을 사용하다가 함께 지금의 스마트폰으로 넘어왔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이죠.     


제가 즐겨보는 유튜브 중에 ≪이십세들≫라는 채널이 있습니다. “20대가 말하고 20대가 공감하는 20대의 이야기”를 모토로 일반적인 20대분들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즐길 수 있는 채널인데요, 여기서 금년 여름에 <20대가 처음 사용했던 핸드폰>라는 제목의 숏츠(Shorts)가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1990년대생이 처음 쓴 핸드폰>  

영상에는 20세부터 30세까지의 인터뷰가 나왔지만, 여기서도 세부적 차이를 보이는 것이 1990년도 출생에 가까운 20대 중후 반생의 경우는 '롤리팝‘, ’초콜릿폰‘, ’에버(Ever)’와 같은 스마트폰 출시 이전 브랜드를 이야기했다는 것입니다.

<2000년대생이 처음 쓴 핸드폰>

반면, 같은 20대 중에서도 2000년대생이라고 볼 수 있는 20대 초반생의 경우는 ‘베가 레이서’와 ‘갤럭시’와 같은 안드로이드계 스마트폰 브랜드를 <내 인생 처음 사용해본 휴대폰>으로 꼽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 저와 같은 40대에게 물어봤으면 ‘애니콜’, ‘걸리버’, ‘SKY’ 같은 대답이 나왔겠죠? ㅠㅠ)     


이 말이, <90년대생이면 다 피쳐폰> 그리고 <2000대생이면 다 스마트폰>이라고 세대를 나누는 것이라고 일반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몇 세에 휴대폰을 처음 썼느냐에 따라서 세부적인 시기는 달라질 수 있겠죠. 하지만 상대적으로 2000년대생이 처음 휴대폰을 썼을 때, 그 폰이 '스마트폰'이었을 확률은 확연히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80~90년대생과 2000년대생을 구분할 수 있는 주요 특이점은 바로 '아날로그에 대한 경험의 차이'이다. 적어도 90년대생까지는 예전의 피쳐폰과 같은 '아날로그 경험'과 지금의 '디지털 경험'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피쳐폰을 정확히 아날로그라고 정의한 것은 아닙니다. 2G부터 디지털 방식 이동 통신 시스템(CDMA2000)을 말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를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짤


사실 아닐로그와 디지털은 그렇게 대단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아날로그를 '디지털이 아닌 것=낡은 것'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지만, 원래는 신호와 자료를 '연속된 물리량으로 나타낼 것(아날로그)'인지, ‘특정한 최소 단위를 가지는 이산적인 수치를 사용하여 나타낼 것(디지털)’인지에 대한 차이일 뿐이죠.


하지만 '스무스한' 아날로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딱딱 떨어지는' 디지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중대한 차이점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세상을 어떠한 투명도로 바라보는 지를 결정하기 때문이죠.


이게 무슨 말인지 직관적으로 말씀드리기 위해서, 피쳐폰과 스마트폰의 <배터리 잔량 표기방식> 차이로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예전에 피쳐폰을 쓰셨던 분은 기억하시겠지만, 피쳐폰에서 보통 배터리 잔량은 막대(bar) 형태로 표기했습니다. 4개의 막대가 차있으면 완충, 2개면 절반과 같이 말이죠. 전체 배터리를 <4-5단계>로 표기한 것이죠.


반면, 지금의 스마트폰에서는 배터리 잔량을 1% 단위로 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 배터리 잔량을 <100단계>로 세부적으로 표기가 가능해진 것이죠.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냐면, “같은 세상을 보면서도 더 이를 세부적이고, 세세하게 차이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 입니다.


이 말은, 디지털 세상에서 디지털 마인드를 가진다는 것이 단순히 “유튜브와 아이폰 활용에 더 익숙하다”라는 관점을 넘어, 세상 자체를 최소 단위로 세분화해서 보게 되었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이것을 좀 더 쉬운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임신을 했을 때, 뱃속의 아이가 건강한지를 보기 위해서 보통 어떻게 해야만 할까요?

이것은 꼭 임신과 출산을 경험해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것이죠. 기본 검사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여러 가지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초음파 검사로 볼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태어가 뇌 쪽에 문제가 의심되거나, 눈, 척추 디스크 등에 문제가 생겼을 때 초음파로는 이를 세세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죠.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있습니다. MRI를 찍어보는 것입니다. 보통 태아에게 MRI 촬영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촬영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하네요.


그런데 MRI로 뱃속의 태아를 찍으면 어떻게 나올까요?


(두근두근)


바로 이렇게 나옵니다. 구글에서 <Baby MRI>를 검색하면 다양한 사진을 볼 수 있는데, 위 사진이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입니다.


무슨 외계인을 찍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정상적인 태아입니다. 단지, MRI로 찍다 보니 태아의 눈과 뇌 같은 것들이 보일 뿐이죠 ^^


이것을 비유해서 말씀드리자면, 이것이 바로 100% 디지털 마인드를 가진 세대가 세상을 보는 관점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세부적이고 정확한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는 기존에 드러나지 않았던 면모까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는 특징이 있겠죠 ^^


이는 세대의 특성 이전에 기술의 변화에 따른 시대의 특성이겠지만, 디지털 세상의 관여도에 따라 세대 간의 차이를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 )  저는 이를 직장인이라는 관점에서 좀 더 자세히 따져볼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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