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生Z세대 2000년대생의 디지털 사고방식 3편
몇 년 전부터,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빼먹지 않고 들었던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이몽택님은 MBTI가 뭐예요?
보통 제 친구들을 만나거나 선배들을 만나서 서로 MBTI를 물어보는 일은 없지만 (그래서 저는 아직도 제 친구들 MBTI 도 모르죠 ㅎㅎ), 젊은 세대들을 만나면 의례적으로 MBTI 유형을 알려주게 되죠.
(*MBTI는 익히 아시다시피,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The Myers-Briggs-Type Indicator)의 약자로 사람의 성격을 16가지의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자기 보고형 성격 유형 검사입니다.)
최근에 나오는 제 MBTI 유형은 인프피(INFP)입니다. 예전에 회사에서 조직 생활 할 때는 보통 엔프피(ENFP)가 나왔는데, 요즘에는 보통 혼자서 글을 쓰거나, 외로운 산악인 생활을 하다 보니 점점 더 내향적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원래부터 내향적이었던 인간이 사교적인 ‘척’을 하고 살았을지도 모르죠 ㅎㅎ
중요한 것은 이 MBTI 테스트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스스로 판단해서 평가를 내리는 자기 보고(self-report) 형 심리검사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 평소에는 INFP이지만, 기업 강연을 하거나 외부 인터뷰를 할 때면 ENFP 식의 외향적인 인간으로 변신하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MBTI도 그날 조건 혹은 기분, 의도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낼 수가 있겠죠. 심지어 누군가는 “MBTI라는 것이 배고플 때랑 배부를 때 각각 다르게 나온다 “라고 말하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세대들에게 있어서 MBTI가 선풍적인 인기를 (여전히)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지금의 MBTI 열풍이 그리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MBTI 테스트 이전에 우리 사회에서는 사람을 4가지 혈액형 유형으로 나누곤 했죠. 상대방의 혈액형을 묻고, 그에 따라 선입견에 가득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2005년에는 <B형 남자친구>라는 영화가 개봉하기까지 했으니까요
따져보면, 모든 인간 군상을 4분의 1(25%)로 나누는 것보다 16분의 1로(6.25%)로 나누는 것이 더 정교해 보이긴 하네요. 그리고 이것이 세부적으로 명확하게 최소 단위로 나눠 생각하는 “디지털 사고방식”에 있어서 더 받아들이기 수월하다고도 생각합니다.
지금의 젊은 세대 중에도 MBTI가 정확히 사람 개개인의 성격을 100%로 맞춰 설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많지 않을 것입니다. 단지, 세부적으로 겪어보지 않으면 알기 힘든 사람에 대한 계량적인 정보를 알 수 있는 Tool을 갖는다는 것은 큰 이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내가 평소에 나와는 극악의 성향이라고 생각하는 누군가를 거를 수 있는 도구로는 활용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MBTI결과를 절대적인 도구로 활용할 때 생깁니다. 감정의 동물로 그때그때 다를 수도 있고 복잡하고 미묘한 존재인 한 인간을 (자기 자신이 평가한) 데이터만으로 결론을 내긴 어려우니깐 말이죠.
2022년 기업 채용 공고에 ”특정 MBTI 유형을 거른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었을 때, 논란이 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일 것입니다. (하필 INFP ㅋㅋ)
몇 년 전에, 20대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이드’라는 키워드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가이드가 중요하다는 말이 무슨 말이냐?”라도 되물으니, 조직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A부터 Z까지 가이드(혹은 매뉴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사수/부사수 관계 같은 도제 방식으로 업무를 배우는 것이 익숙한 저 같은 사람에게는 이와 같은 요청(?)이 다소 소극적인 업무 형태로 들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먹구구식 형태 보다 체계적인 업무 형태가 우위에 있다고 봤을 때는, 이를 “시행착오를 줄이고 업무 처리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디지털 사고방식에 익숙한 세대]와 [아날로그적 향취가 남아 있는 현실]이 만날 때, 이에 대한 차이(Gap)를 줄여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변해가는 것(대응 A)이 시대적 흐름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반면, 디지털 사고를 아닐로그로 맞춰가는 것(대응 B)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간과 인간이 만나서 회사라는 조직에서 근무를 하면서, 100% 명확하지 않은 언어적 신호로 업무를 지시하고, 감정과 감정이 만나는 곳에서는 “아날로그적 말과 행동“에 적응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만약 지금의 젊은 세대가 이에 익숙하지 않다면 기존의 기성세대가 여기에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현실을 개탄하기보다, 그 현실에 맞는 방안들을 논의했으면 합니다 : )
다소 쉽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이야기가 딱딱하고 재미가 없기도 하네요. 앞으로 이 부분을 “쉽고 깊게”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