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전쟁, 나도 빌런이었나

by 퇴고의 늪

매일 아침, 나는 한 시간 남짓 운전을 한다. 출근길엔 그야말로 양애취 운전자들이 급증하기에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특히 방어운전에 각별히 신경 쓴다.


그런데 오늘따라 눈에 거슬리는 차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혼자 욕을 많이 한 날이다. (ㅋㅋ)


뻔히 빨간불에 걸릴 게 보이는데도(그래서 다른 차선의 차들은 애초에 횡단보도 전에 멈춰 있었건만) 그걸 꾸역꾸역 기어 들어가서는 교차로 한복판에 떡하니 서 있는 건 무슨 심리일까. 이리저리 오가는 차들의 진로 방해에 단단히 한몫을 하고, 초록불이 떨어지자 부리나케 액셀을 밟는다.


그래봤자 얼마 못 가서 우린 또 만나지.

여긴 신호등이 겁나게 많은 어린이 보호 구역이니까.


이런 빌런들이 오늘 아침엔 유독 많았다.


화룡정점은 아파트 단지에서 찍혔다.

내 차 앞, 앞 차가 우회전 코너에서 갑자기 멈춰버린 것이다. 정확히 90도로 꺾이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심지어 운전석 문이 벌컥 열린다. 박력 넘치는 차주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의 왼팔에서 용이 불을 뿜어내고 있었다. 여의주도 물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눈을 뗄 수가 없다.


이번엔 뒷좌석 문을 열더니 세네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를 조심스레 꺼내 번쩍 안아 든다. 그리고 저벅저벅, 그러나 느긋하게 편의점으로 향한다.


내 앞의 차는 하필 '초보운전'이 크게 인쇄된 종이를 붙여둔 차였다. 많이 놀란 건지 화가 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꿈쩍도 않고 서 있었다. 졸지에 내 차 뒤로 꼬리가 점차 길어지고, 저 멀리서부터 빵빵 경적 소리가 아파트 단지를 쩌렁쩌렁 울려대기 시작했다.


아.......

결국 나는 핸들을 끝까지 돌려서, 길을 개척해 빠져나와야 했다.


도로 위에서도 품격은 존재한다. 차 안에서 화를 내던 나는, 과연 그 품격을 지키고 있었을까. 아침 출퇴근 전쟁길에서 품위 유지란, 참 어려운 일이다.


오늘의 살풀이 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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