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매개로 이어지는 새로운 꿈
"당신의 장래희망은 무엇인가요?"
한 때는 교과서 속에서 흔히 보던 질문이지만, 오늘날의 사람들에게는 훨씬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의미로 다가옵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책방지기'를 꿈꾸며,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작은 가능성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최근 '오늘의 동네서점'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독립서점은 977곳. 2015년 이후 휴폐점한 서점만 해도 281곳에 이릅니다.
큰 수익을 보장하지 않고 화려한 미래를 약속하지도 않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책방지기를 꿈꾸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책방은 단순한 '가게'가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가치,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충남지역공동체활성화센터(센터장 정상훈)는 바로 이 소중한 꿈을 응원하기 위해 '2025년 장래희망은 책방지기'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그 첫걸음으로 지난 8월 22일, 아산시 '나와유 온양온천점에서 1회 차 오리엔테이션이 열렸습니다.
이날 충남지역공동체활성화센터가 마련한 자리에는 책방 창업을 꿈꾸는 청년과 예비 창업자들 그리고 센터의 직원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프로그램은 센터 및 사업소개, 참여자 네트워킹, '나만의 책방' 구상 워크숍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내가 책방 주인이 된다면 팔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참여자들은 저마다의 인생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본인을 대안학교 국어교사라고 소개한 참여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라는 책이 있어요. 지금은 돌아가신 이순자 할머니가 쓴 책인데 전문적인 작가는 아니시거든요. 하지만 삶의 굴곡과 작은 일상의 순간들을 글로 옮겨두고자 하는 마음만은 누구보다 깊었습니다. 화려한 수사나 기교보다는 삶을 그대로 옮겨놓은 담백한 문장이었습니다. 그 안에는 노년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따뜻한 애정과 담담한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읽고 감동한 문장을 적어 모아 서점에 전시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책방은 전시장 같은 문화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라운드테이블 워크숍에서는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나누었고 체험형 서점, 지역 콘텐츠를 특화한 공간, AI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사람중심의 공간 등 기존 서점의 틀을 넘어서는 다양한 상상들이 피어났습니다.
참여자 A : "퇴직 이후에도 사람들과 연결되는 삶을 꿈꾸며 기찻길 옆 상가를 매입해 작은 책방을 준비 중이에요. 급변하는 세상에 적응할 자신은 없지만, 그렇다고 단절되는 것은 싫습니다. 추억을 되살리며 연결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참여자 B : "목포에 있는 임대형 서점인 ‘포도책방’을 모델 삼아 주민 참여형 운영 방식을 생각하고 있어요." 나아가 책에 향기를 입히는 서비스, 카페와의 협업을 통해 책방을 문화적 실험의 무대로 상상했습니다.
참여자 C(청년) : “온양은 가치 있는 공간이지만 또래는 수도권으로 떠나요. 혼자서는 막막합니다.”라며 연계와 협업을 통한 문화적 거리 조성을 희망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키워드는 로컬이라는 지역성이었습니다. 지역 작가를 중심으로 한 공간, 마을의 고유한 문화자산을 살려내는 브랜딩, 주민 스스로 주인이 되는 문화 거점. 참여자들의 구상 속에는 단순한 '가게'가 아닌 지역의 이야기를 품은 책방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참고할 만한 또 다른 사례로, 한 참여자 분이 춘천의 ‘첫 서재’를 소개하였습니다.
M방송국 PD 출신 남형석 님이 휴직 중에 운영했던 북카페를 공유서재로 전환한 곳입니다.
이곳의 가장 특별한 점은 ‘다락방 북스테이’입니다.
다락방에 머물고 싶은 이유를 담아 신청 메일을 보내면 운영자가 한 명을 선정해 일주일 동안 다락방을 온전히 이용하게 합니다. 숙박비는 지금이 아니라 5년 뒤, 돈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받는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첫 서재’는 단순한 숙박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나누고 신뢰를 주고받는 문화적 장치이자 브랜딩입니다.
책방이 책 판매를 넘어, 삶의 철학을 담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한 참여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책방 창업이 구체적인 모습을 갖춰가는 것 같아요.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 서로의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고백은 그날 자리를 함께했던 이들의 마음을 대변했습니다.
개인의 희망이 공동의 이야기로 바뀌는 순간, 모두는 혼자가 아님을 느꼈습니다.
이날 모인 아이디어와 목소리는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책방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을 넘어, 지역의 문화 거점이자 사람을 잇는 공동체의 허브가 되어야 한다는 것.
충남지역공동체활성화센터 정상훈 센터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독립서점은 책을 매개로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는 새로운 문화 플랫폼입니다.
충남 곳곳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센터는 이번 만남을 시작으로 9월에 공주시 제민천 일대 독립서점 투어와 워크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실제 책방지기들을 만나고, 공간과 운영 철학과 공간을 체험하며 또 다른 배움과 영감을 얻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참가자들의 발언은 서로 달랐지만, 모두가 같은 갈래에서 출발했습니다.
책과 삶을 전시하는 문화공간
퇴직 후에도 연결되는 따뜻한 거점
낭만과 현실 사이의 균형
청년과 지역이 함께 살아가는 구조
지속 가능한 독립적 운영 모델
이 모든 고민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입니다.
책방은 어떻게 해야 사람과 지역을 잇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그 답은 거창한 해답 속에 있지 않았습니다.
책 한 권을 고르는 손길, 이웃과 나누는 짧은 대화, 오래된 추억을 불러내는 한 모퉁이 공간….
그 작은 순간들이 모여 책방은 단순한 가게를 넘어 지역의 이야기를 품은 문화의 거점이 됩니다.
충남지역공동체활성화센터가 시작한 ‘책방지기’ 프로그램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응답입니다.
책을 통해 지역과 사람을 잇는 새로운 길, 그리고 모두가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의 미래.
그 여정의 첫 장이 이제 막 펼쳐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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