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남은 대파뿌리 대충 심고 20일 키운 이야기
기억하시나요? 꽁꽁 언 흙을 부숴가며 반려대파를 입양한 지 어느덧 20일이 지났습니다. 꽃대를 피워서 포기나눔으로 번식시키고, 무한증식 대파를 만들어서 육개장과 어묵탕을 실컷 끓이겠다는 포부로 시작한 일이었지요.
여차저차 있는 화분에 대충대충 심었던데다가, 하필 그때부터 시작된 혹한의 날씨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어서 잘 자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아주 잘 크고 있습니다. 20일이 지난 현재, 대파 오형제는 이렇게 자랐답니다. 짜잔.
지난 주말에는 간만에 읍내(?)에 나갔던 터라 다이소에 들러 배양토를 한 봉지 사왔어요. 심을 때 흙이 많이 부족해서 아무래도 발이 시려울 것 같아 북을 돋아준 건데요. 폭신한 천 원짜리 배양토 한 봉지가 딱 맞게 들어갑니다.
이렇게 흙에 들어간 부분이 많아야 대파 자체도 튼튼해지고, 하얀 부분도 더 길어진다더라고요. 원래 파는 파란 부분보다 하얀 부분이 맛있는 거 아시죠?
얼마 전에 잠깐 집에 들르신 이웃 아주머님께서 대파화분을 보시고 "어머, 이건 무슨 화초야? 예쁘네"라고 하셨습니다. 대파라고 말씀드렸더니 빵 터지셨어요. 하긴 열심히 키우면 다 화초지요. 비록 마지막엔 어묵탕이 될 지라도.
한겨울 정붙일 식물 하나 없는 집안에 그래도 초록초록한 기운이 쭉쭉 뻗어나가는 걸 보면 기분이 좋긴 합니다. 화초든 잡초든 아니면 채소든, 식물은 일단 훌륭한 존재들입니다. 아직 춥지만, 이 겨울도 막바지일 거예요. 쑥쑥 크는 대파오형제를 보면서 어서 봄이 오기를 기다려봅니다. 저희 대파들도 바깥바람을 좀 쐴 수 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