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사람이지만, 글쓰기는 힘듭니다

꾸준히 쓰려면 동료가 필요한 이유

by 임효진

제본업은 책을 만드는 출판편집자지만,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한쪽클럽'이라는 글쓰기 모임의 운영자 역할입니다. 하루 한 쪽씩 글을 쓰는 챌린지 모임인데 해당 날짜에 제가 카페 게시물을 올리면 회원들이 댓글로 자신의 글을 링크로 달아서 인증하는 방식이지요.


명색이 운영자가 출판편집자 겸 글쓰기 강사인데, 아무리 인증을 위한 게시물이라지만 대충 쓰는 건 좀 그렇잖아요. 그래서 참여하시는 회원들에게 도움될 만한 글쓰기 노하우나 동기부여를 위한 짧은 글을 뉴스레터처럼 함께 올리고 있습니다.


회원들이 좋아해주셔서 나름 뿌듯합니다만, 솔직히 고백하면 그렇게 날마다 한 편씩 글 써서 발행하는 거, 저도 엄청 힘들더라고요. 소재가 고갈된 느낌도 자주 받고, 너무 뻔한 얘기인가 싶을 때도 있고,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글이 잘 안 써질 때도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인지부조화, 그러니까 '현타'도 자주 느낍니다. 뉴스레터에서는 "하루 한 줄이라도 좋으니 꾸준히 쓰자", "소소한 일상의 기록이 삶을 바꾼다"라면서 열심히 동기부여를 합니다. 누가 보면 세상 성실한 작가인 줄 알겠어요. 그렇지만 다들 아시지요? 블로그도 그렇고, 이놈의 브런치도 몇 년을 방치했던 게으름뱅이라는 걸.


그래서 요즘은 뉴스레터를 쓸 때마다, 이건 어쩌면 회원들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 아닌가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나라는 독자에게 반성하고, 긴장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으라고 스스로 말하면서 꾸역꾸역 채워 나가는 거죠. 제가 늘 하는 말, 한쪽클럽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건 회원들이 아니라 운영자인 저 자신이라는 말이 이번에도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새삼 크게 느껴집니다. 회원들이 있어서 억지로나마 글을 쓰게 되고, 미션 체크를 위해 회원들의 글을 읽으며 다양한 정보와 감동도 얻고, 한달에 한 번씩 오프라인 모임에서 만나 힐링도 합니다. 글쓰기라는 아주 개인적인 행위를 하면서도 사람에게서 동기를 얻고 사람에게서 위로를 받습니다. 아무래도 고독한 은둔형 작가가 되고픈 로망은 실현하기 어려울 것 같네요.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지요. 글쓰기도 그런 것 같습니다. 쓸 때는 고독해야 하지만 그 결과물을 나눌 사람은 필요합니다. 그것이 소통이고, 연대이며, 글을 쓰는 의미가 아닐까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시간 날 때'가 아니라 '시간 내서'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