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새로운 일을 벌일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희망이 내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은 화창함.
대책 없이 파란 하늘 아래 녹은 땅 냄새와 풀냄새 섞인 깨끗한 바람이 불어오면 나는 속수무책으로 계절의 유혹에 허청이는 한낱 미물이 된다.
창가에 기대어 허공에 코를 대고 한참을 킁킁거리기 일쑤.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지만 자꾸만 창문을 열어 집 안에 봄 실린 바람을 들여놓는다.
바람엔 생생한 기운이 깃들어 있어 집안에 가두면 흩어져 가라앉는다. 들어 온 바람이 도로 나갈 수 있게 온 집안의 창문을 열어두어 바람길을 마련하면 생생한 새 계절의 바람을 온전히 맛볼 수 있다.
그 아래서 책을 읽으면 더 즐겁고, 커피를 마시면 더 향긋하다. 옆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우리 개도 바람을 쫓아 낮은 허공에 대고 코를 킁킁. 바투 앉은 두 등허리가 연신 코를 벌름이는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