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임 Mar 28. 2021

먹고 사는 게 전부

역시 집안일이라는 것은 휘몰아치듯 끝내고 나면 삭신이 쑤시고 시간은 훌쩍 지나있는데 돌아서면 ‘오늘  했는데 하루가  갔지?’하는 의문만 남는다.

참으로  없는 노동이 아닐  없다. 정리정돈이 되었다고는 해도 되게 눈에 띄게 쾌적해진 것도 아니고.

특히 먹는 일은 재료를 세척하고, 손질하고, 조리해서, 먹는 동안 계속해서 설거지가 필요하다. 비좁은 개수대는 꾸역꾸역 설거지 거리를 받아먹다 사방에 물을 뱉어내기 일쑤, 물난리가  주방을 닦으며 생각했다. 나는 다만   식사를 차려 먹고 싶었을 뿐인데.

지금 시간, 오후   오십 . 몸은 너무 고된데 뭘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것이 억울해 일기장에 기억을 찬찬히 더듬어 본다.

그런데 어째서 꼭 남이 한 일 마냥 기억이 나지 않지??

점심을 차려 먹었고, 설거지를 했고, 청소기를 돌렸고, 테이블을 닦았고, 분리수거를 했고, 세제를 공병에 덜어냈고, 샤워 커튼을 세탁했고, 화장실 바닥 청소를 했나?(어제였는지 오늘인지 노동의 기억은 흐릿하기만 하고) 밥을 새로 지었고, 호두 정과를 만들었고, 멸치를 손질해 오븐에 구워 육수를 내었고,  육수로 버섯들깨탕을 끓였다.

아, 중간에 아꿍이 털 손질을 했고, 청소기를 한 번 더 돌렸다. 빨래도 개켜서 서랍장에 두었네. 이렇게나 끊임없이 사부작거렸는데도 적지 않고서는 쉽게 기억나지 않는 것이 썩 애석하다.

앞으로도 적어봐야지. 한 일이 이렇게나 많은데 하는 것 없이 하루가 갔다고 생각하지 말아야지.

산다는 건 정말이지 ‘먹고 사는 게’ 전부다.

이전 13화 장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