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 알게 된 것들

by 김현임


우연히 찾은 동물원에서 흘린 눈물

그때 내가 본 원숭이는 이전에 알던 원숭이가 아니었어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흐리멍덩한 눈으로 어딘가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눈동자

그전엔 왜 몰랐을까


언니는 라떼를 좋아했었어

그런데 지금은 마시지 않아

내가 마트에서 쉽게 사 마시던 우유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알았거든

고기도 사 먹지 않아

어떻게 사육되고 어떻게 도축되는지 알았거든


우유를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임신을 당하는 젖소가 두들겨 맞으면서 유축기를 착용하는 모습을 봤어

비대하게 커진 젖 때문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날아드는 주먹을 그대로 맞고만 있었어

앉았다 일어설 수밖에 없는 좁은 우리에서 오물 범벅을 한 돼지가 도살장 앞에 주저앉아 오열하는 모습을 봤어

녹슨 커다란 철문 앞에서 뒷걸음질만 치던 소가 쇠 파이프로 얻어맞는 모습을 봤어

포근한 스웨터를 위해 산 채로 털을 잡아 뜯기는 앙고라토끼의 비명을 들었어

털 깎기를 거부한 양의 사지를 부러트리는 모습을 봤어

축 처진 양은 기절한 채 털이 깎였고 다시 그대로 우리에 던져졌어


그렇게 만든 우유를, 고기를, 옷을

우리는 너무 쉽게 살 수 있어

그 간편함의 폭력

그전엔 왜 몰랐을까

그 두려움을 보고도 입맛을 위해 고기를 먹을 수 없었어

한 끼의 식사를 위해 그 고통스러운 죽음의 과정을 모른척할 수 없었어


나는 선택할 수 있잖아

고작 식사 메뉴 바꾸는 것쯤 반찬을 위해 죽임을 당하는 동물의 고통과 견줄 수 있을까

아직도 마트에 가면 때때로 멍하게 있곤 해

생생한 살코기 앞에서

시식용 삼겹살 앞에서


너를 만나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넓어졌어

한 사람의 가치관이 이렇게도 넓어질 수 있는거구나

너로 인해 알았어

너와 함께 사는 세상이 더 나아지길 바라며

언니는 오늘도 무언가 해보고 있어

언니 곁에 와줘서 고마워

너로 인해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 언니가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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