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가장 나다운 순간은 지금이에요.

[월간사람:결] 8월호 - 강성수 님의 이야기

by Nina




[월간사람:결]은 나다움 프로젝트팀 크라테가 펴내는 월간지입니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무늬를 떠올릴 소소한 겨를을 선물하자'는 취지로, 월 1회 자기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담아냅니다.

[월간사람:결] 8월호의 주인공은 '발염꾼'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강성수 님입니다.















8월의 사람 : 강성수 님


생각펼치기를 즐기는 사람이기에 스스로를 필 발(發)에 생각 염(念)자를 써 ‘발염꾼’이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기쁘게 성장하기를 좋아하고, 질문하기를 잘 하는 사람이다.

맞벌이 부모님 덕에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스스로 등원 준비를 할 정도로 독립적이었다는 그는 성인이 되어서도 교육용 보드게임과 코딩, 문화 기획, 커뮤니티 디자인, 문학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주체적인 활동을 펼쳐가고 있다. 소년시절 부모님의 파혼을 지켜보아야 했던 아픔이 있었지만, 그 아픔이 다들 참고서에 코를 박고 공부하던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홀로 사색에 잠길 수 있었던 남다름을 만들어내지 않않나 감히 추측해본다. 그의 남다름은 청년이 되어 교육혁신단체 '새벽'을 꾸리고, 열정대학오픈컬리지를 거치며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사람들의 근심을 덜어주고 안목을 더 넓혀주며, 더 많은 기쁨과 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한다. 그에게 가장 ‘나’다운 순간은 과거가 아닌 ‘바로 지금’이다.












Q. 고등학생 시절 야자실에서의 사색을 통해 자아정체성을 확립하셨다는 게 인상적이에요.


그 당시에 우리말의 단어 뜻을 파헤치는 데 재미를 느껴서, 한창 사전을 끼고 생각의 꼬리를 무는 놀이를 많이 했어요. 제 생각의 근원은 어딜지 찾아보려고 포스트잇으로 내면과의 대화를 하면서 책상을 가득 메우기도 했죠. '나는 이 공부를 왜 하는가', '이 공부가 내게 진정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 '나는 나중에 뭘 해 먹고 살 것인가' 등의 고민을 하다보니까 앞길이 막막하고 불안해지더라구요. 주위 어른들이랑 친구들에게 털어놓으며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중학교 때까지 시 대표 농구선수를 했던 게 떠올라서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운동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체육교사가 괜찮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체육교사 선생님들과 면담을 하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보기 시작했죠.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체육교사의 모습을 상상했을 때, 그저 공 하나 던져주고 편히 쉬는 반복되는 삶은 너무 재미없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체육교사의 꿈은 바로 접었어요. 그리고는 '일단 뭐라도 해봐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학교에서 열리는 행사는 뭐든지 다 참가하다보니까, 점차 찾아서 하는 분야가 보이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래도 성에 안 차서 자율동아리를 창설해서 활동들을 직접 기획했어요. 융합형 인재가 그 당시에 화두여서 융합탐구를 목적으로 문∙이과나 학년에 상관없이 학생들을 골고루 모집해서 주기적으로 스피치 세미나도 열고, 교육봉사도 하고, 시 대표 사회참여동아리로 선정되어 예산을 받고 실험도 하고, 학교대표로 대회도 출전하는 등 정말 다양한 활동들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했어요. 그러다보니 제가 가치 있는 일들을 몰입해서 기획할 때 희열을 느끼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활동하는 걸 좋아한다는 걸 파악할 수 있었죠. 그래서 이 당시의 꿈은 '일과 가정의 조화로운 자유와 행복이 가득한 융합사회적 벤처기업 '행복 경영인’으로서, '사람다운 삶'이라는 가치를 전파하며 사회 혁신을 이루는 창조적 파괴자'로 사는 거였어요.

그렇게 점차 제가 좋아하는 게 뭐고, 잘하는 게 뭔지 알아보면서 자아정체성을 확립해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해보면서 긴장감 있고도 즐겁게, 차근히,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스스로 단단해짐을 느꼈어요. 단어를 파고드는 과정에서는 어떤 표현을 하고자 할 때 가장 적합한 단어를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제 스스로 별칭을 만들기도 했어요. 사려[思慮] - 사색[思索] - 발염[發念]을 잘하는 발염꾼, 즉 ‘생각 펼치기를 즐기는 자’라는 뜻으로, ‘필 발’에 ‘생각 염’, 그리고 접미사 ‘-꾼’을 붙여 ‘발염꾼’이라는 별칭을 현재까지도 사용하고 있죠.














Q. 열정대학과 오픈유니브에서 있었던 일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 해주세요.


오픈유니브에서 먼저 접했던 '수평문화'를 열정대학에서 워크숍 형태로 직접 기획해서 활동했던 <수평문화 워크숍>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수평문화'는 나이대와 경험들이 다양한 사람들이 나이와 호칭을 배제하고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소통하는 문화예요. 수평문화 하에서는 서로 편안하고 포근한 친구가 돼요. 이처럼 서로의 삶을 지지해주고 소통하며 성장을 함께하는 공동체를 경험한 건 제게 있어 엄청났어요. 덕분에 정신적 배움과 깊은 정서적 채움을 얻었고, 내공이 차곡차곡 쌓이며 스스로 정말 기쁘게 성장한다는 걸 느꼈죠. 지금도 꾸준히 만나면서 서로 좋은 자극이 되고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데, 새로운 가족이 된 느낌이에요. 삶에 울림을 가져다주며 자연스레 스며드는 채움을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공동체를 널리 퍼뜨리고 싶어졌고, 나중에는 아예 마을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 저는 사람들의 잠재력 발산을 돕는 소통촉진자를 하고 싶어졌어요.

제가 느낀 좋은 문화를 더 퍼뜨리고 싶어서 친구들과 수평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프로젝트들을 함께 해보기도 하고,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을 토대로 소소한 소통의 기적을 만들어보는 공동체 프로젝트 기획도 해봤는데, 마치 마을을 만드는 연습을 한 것 같아요.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열정대학에서 <수평문화 워크숍>을 50명 가량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면서 학교의 문화를 혁신시키는 작업을 해봤어요. 그래서 기존의 판을 깨고 새로 짤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문화 형성에 대한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죠.






Q. 교육혁신단체 '새벽'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요.


현 교육제도에 변화가 필요함을 느끼는 이들과 모여서, 교육에 대해서 토의하는 자리가 있었어요. 여러 친구들과 함께 대화하다가,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하자'는 말에 동의해서, 우선 교육 당자사인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게 곰인형 탈을 쓰고 고민을 들어주는 ‘고민형 프로젝트'를 함께하게 됐어요.

그렇게 함께하게 된 사람들끼리 ‘듣고, 묻고, 함께하는 사회적 문화의 새로운 벽을 만든다’는 이념을 가진 사회구조 혁신단체 '새벽:Dawn&Done'을 공동설립해서 활동을 시작했죠. 개개인의 변화로 형성되는 문화의 영향력을 생각해서, 교육제도와 같은 사회구조적인 측면보다는 인간의 욕구와 감정과 같은 내부적인 측면에 집중했어요. 소속감의 욕구를 채워주는 최선의 행위가 ‘듣기’라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곰인형' 탈을 쓴 '고민형'이 동심과 편안함으로 텐트 안에서 청소년의 고민을 경청하며 속앓이를 해소해주는 '고민형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감정적 사회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프로젝트들을 기획했죠. 최근에는 놀이로 감정 표현의 중요성과 본인 감정 상태를 올바르게 파악하고, 상대방을 불편하지 않게 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는 대화법을 사용하는 '집단 고민나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저는 새벽에서 'why'를 묻는 'whyer'들을 'wire'처럼 연결해주는 철학 앱 whyer를 개발하는 개발자이자, 질문으로 새로운 팀원들을 영입하고, 질문으로 팀원들의 잠재력과 가치관, 강점과 같은 자질 분석을 도맡아 하는 인사담당이자, 팀 내 문화를 수평 문화로 바꾸는 등의 조직 문화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담당했어요. 회의에서도 질문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을 제시한다거나, 놓치는 부분들을 메꾸는 역할을 해서 팀 내 별명이 개구리였어요. 잔잔한 대화 흐름을 흔드는 게 마치 조용한 밤중에 개굴개굴 우는 개구리 같다고 하더라고요. 재밌죠? :)

(새벽팀은 이제 새롭게 리브랜딩을 거치는데, 저는 그 과정에서 프리랜서로 빠지게 됐어요.)














Q. 성수 님이 가장 '나'다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가장 나다웠던 순간을 꼽자면, 책임있는 자유를 향한 첫 발걸음으로써 대학 진학을 선택하지 않은 순간이에요.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처럼 등급제 공정 틀에 맞춰진 공부, 시험 점수만을 위한 공부를 하면서 나 자신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제도권 교육 속에서 갈수록 자아가 사라지는 경험을 했던 터라, 그런 공정의 연장선으로 보이는 대학 진학에 불만을 느꼈죠. 그때부터 그저 점수와 학점을 높이기 위해 공부하는 틀에 짜여서 영혼 없는 삶을 살게 되는 불상사와 가치비용의 낭비를 없애고,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지기 위한 양질의 공부가 가능한 환경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강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을 인터뷰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마지막 선택의 순간까지 고민을 계속했어요. 그러다가 '새벽'팀을 만났고, 대안교육과 MOOC에 대해 알게 되면서 다른 길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이게 됐고, 일반대학 진학에 대한 미련이 사라졌어요. 혁신대학과 전인교육에 대해서도 점차 알게 되어서 결국 일반대학 진학을 선택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내가 존재하는 주체적인 인생을 살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 덕분에 사람들의 근심이 덜어지고, 안목을 더 넓히며, 더 많은 기쁨과 채움이 있기를 바라요. 즐기는 배움이 일상에 녹아서 우리 모두 함께 즐겁게 살아가는 세상에서 여행하듯이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그 안에서 저는 ‘나만의 뚜렷한 중심과 색이 매력적인 사람, 나만의 분위기를 그윽이 풍기는 따뜻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 더불어 누군가에게 깊은 의미가 있는 사람, 마음 깊숙이 포근한 사람'이 되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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