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스물일곱이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열일곱'이에요

[월간사람:결] 9월호 - 박상은 님의 이야기

by Nina





[월간사람:결]은 나다움 프로젝트팀 크라테가 펴내는 월간지입니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무늬를 떠올릴 소소한 겨를을 선물하자'는 취지로,

월 1회 자기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담아냅니다.

모든 내용은 하단의 팟빵 링크에서도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9월의 사람 : 박상은 님


꿀성대의 소유자로, [월간사람:결]의 팟캐스트 녹음을 맡고 있다. 외부 세계보다 내면에 더 관심이 많아 자기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한다. 그동안 나다움에 대해 고민할 기회가 많지 않았고, 스물 일곱이 된 지금에야 조금씩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중이다.

스스로를 반대되는 성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그 모습이 가장 자기답다고 여긴다. 반대되는 두 가지 모습을 동시에 가진 그녀를 보고 있자면 겉은 밋밋한 종이로 감싸져 있으나 형형색색의 오묘한 무늬를 숨기고 있는 만화경이 떠오른다. 매일 책임감과 어린아이 같은 마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그녀에게 스물일곱이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열일곱’이다.












Q. 상은 님의 삶을 다섯 문장으로 요약해주세요.


서민가정의 장녀로 태어났습니다. 때문에 울기 전에 참는 법을 배웠고, 갖기 전에 양보하는 법을 배웠어요. 자라고 보니 온전한 내 것이 없어 외로웠고, 더 자라고 보니 나만큼은 온전히 내 것이어서 지금은 나를 더 사랑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그 따스함으로 가족과 친구, 그리고 세상 모두를 감싸주고 싶어요.




Q. 장녀로서 감수해야 할 것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상은 님에게 가족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같아요. 상은 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가족은 제 정신적 지주예요. 살아가면서 멘탈이 깨질만한 사건들이 있어도 ‘가족이 있으니 괜찮다’ 하고 견뎌왔어요. 장녀로서의 어려움이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장녀다보니 '내가 제일 잘 해야한다'는 생각은 늘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때론 오빠나 언니가 있었으면 이런 심리적 압박감이 덜어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은 듭니다.










Q. 상은 님의 삶에 영향을 주었던 사람, 혹은 상은 님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었던 경험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가족을 제외하고 제 인생에 가장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은 거의 대부분 저 자신이에요. 사실 전 남의 말을 잘 안 듣는 편이에요. 부모님의 엄한 교육에 대한 반작용인지, 스물 셋 이후부터는 부모님의 말도 조금씩 안 듣기 시작했어요. 가까운 친구들도 ‘너는 어차피 결정은 늘 혼자하더라’라고 말하곤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저에게 가장 영향을 준 사람은 제 친구 희정이에요.

최근 저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유년시절에 충분히 자아에 대해 고민하지 못하고 성장했고, 재수생활까지 거치면서 나다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미뤄두었기 때문일 거예요. 더구나 스무 살 이후에는 유예된 사춘기의 여파로 노는 일에 열중했고, 관심사가 생기는대로 이것저것 찔러보기만 했을 뿐이라 제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었어요.

그래서 가까운 지인들을 대상으로 저 자신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어요. 다들 4~5년 가까이 매일같이 저를 봐온 사람들이라 제가 모르는 저의 모습에 대해서 알고 있을 것 같았거든요. 특히 친구 희정이는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저의 장점을 알려줬어요. 저는 늘 스스로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한심했는데 희정이는 저에게 스스로 돌아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저에게 닮고 싶은 점이 있다고 말해줬어요. 저는 제가 누군가가 닮고 싶어하는 그런 사람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데, 저와 가까운 친구가 저를 그렇게 봐주고 있었다는 게 신기하고 고마웠어요. 더불어 희정이의 답변은 다른 사람들의 답변보다도 훨씬 더 상세하고 진솔했고, 희정이가 저를 늘 지켜봐 주었다는 게 느껴져서 마음을 울렸던 것 같아요. 이 일을 계기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Q. 상은 님을 보면 ‘외유내강 캔디’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외롭고 슬플 때 겉으론 ‘내가 우나봐라!’ 해도 마음은 울고 있는 거죠. 그럼에도 꿋꿋하게 끝까지 이겨내고요. 여린 감수성의 소유자임에도 끝까지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원동력이 있나요?


저도 유난히 힘든 날에는 결국 폭발해서 울곤 해요. 그렇게 한참 울고 나면 마음이 좀 가벼워지죠. 꿋꿋하게 보이는 건 아마 포기하지 않으려는 모습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괴로운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끝에 남는 것 같아요. 오기일지도 모르죠. 근데 이렇게 참다 참다 결국 터지는 건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아요. 후유증이 남거든요. 다른 건강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상은 님이 정의하는 ‘나다움’이란


나 자신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호기심, 언제나 두 가지 모습이 혼재하는 변덕스러움, 철 좀 들자고 스스로를 다그치지만 때로는 영원히 철들고 싶지 않은 마음, 이 모든 모습이 가장 저답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은 '스물일곱이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열일곱'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요. 스물 여덟일 때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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