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른의 사랑

by 김편

임솔아 작가가 코스 요리를 파는 일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우먼카인드』vol.8 「열아홉 살에 나는 다이미라는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에서 읽었다.


작가가 열아홉 살 때 일식집에서 함께 일했던 ‘이모’는 무심결에 예전에 일했던 식당에서 딸처럼 아꼈던 아르바이트생의 이름으로 자주 그를 불렀다고 한다. 버릇처럼 수시로 이름이 튀어나올 만큼 친숙했고 딸처럼 아꼈다는데, 지금은 연락이 끊겼다니 아쉽게 됐다는 그의 말에 이모가 말한다.


“아쉽기는. 잘된 거지. 당연히 끊어져야지.”


그 식당에서 누구보다 많은 일을 하고도 ‘셰프’와 ‘식당 이모’의 세계에서 ‘이모’로 ‘전락(?)’하게 되는 세상에서 이모로서는 ‘식당 이모’라는 자신의 삶과는 “당연히” 단절된 인생이어야만 잘된 인생으로 안심할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살가운 사이가 된 그에게도 말한다. “언제 그만둘 거야? 이제 그만둬야지.”


고백하자면, 내가 이런 이야기에 감동하는 지점은 ‘나’와 연루되는 상관관계와 별개로 존재를 바라보고 그의 여정을 지지해준다는 지점이다. 애정하는 존재가 나의 인생과 분리되는 여정을 걷더라도 그 길로 거침없이 등 떠미는 그들의 산뜻한 대범함 앞에서 나도 그렇게 제대로 사랑하고 제대로 아끼는 방법을 아는 제대로 된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임솔아 작가는 글을 마무리하며 연락이 소원했던 것을 미안해하는 자신의 마음을 읽고 이모가 한 말을 전한다. 우리는 연락이 끊긴 적이 없다고. 우리는 대화를 많이 한 사이라고. 그것은 영원한 거라고 했다.


어떤 것은 손에서 놓아야 영원해진다. 어떤 순간에도 제 손의 것을 놓지 못해 꼭 움켜쥐고만 있는 세 살 아이는 되지 않길. 그렇게 꽉 움켜만 쥔 것은 뭉개진다. 뭉개져 초라해진 것을 손에 꼭 쥔 못난 어른 말고 ‘너’를 위해서라면 ‘나’의 상실감쯤 감내할 수 있는, 아니 그런 상실은 진정한 상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그래서 영원한 것을 많이 알고 있는, 어른의 사랑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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