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결국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
이것은 분명 슬픔이다.
여자는 결국 그 남자와 하나의 풍경으로
완성되지 못했다.
뜻밖에 여자의 슬픔이 제일 깊은 지점은
제 마음을 앗아간 제일 좋은 존재에게
자신이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인가 하는
자괴감에 빠지게 된 것이다.
자신에 대한 냉소와 어리석은 되새김질,
그럼에도 단념하지 못하는 비굴함에
여자는 매분 매초 시들어 가는 느낌이었다.
메마르고 푸석거려 너덜너덜해지는 느낌.
여자는 무심함을 가장해 일상을 살았지만
가슴에는 그 무심함의 크기보다
몇 배는 넓은 사막을 키워나갔다.
가엾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