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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RE Jul 04. 2022

비록 빵점 같은 하루였을지라도.

100-1 = 0이 아니에요.

OO 씨에게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마음의 성장을 제때 이루지 못한 '어른 아이'를 어린 금쪽이를 대하듯 조곤조곤 달래며 말을 이끌어내는 오은영 상담소. 다양한 마음의 문제로 찾아온 방송인들 중, 뭐든 잘해야 한다는 압박에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를 정도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주인공이 등장한 적이 있다. '뭐든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는 주인공에게 대체 '당신에게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되묻는 반문이 이어졌다. 우리가 잘 아는 그 특유의 생글생글한 웃음과 함께 날아온 날이 선 질문에 화면 밖에 있던 나도 덩달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어떤 마음들을 주저리주저리 말하다 보면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욕망이 눈앞에 선연해진다. 누구나 마음속 깊이 나를 괴롭히는 고름 같은 것을 품고 있는데, 무좀이나 치질처럼 괜히 부끄러운 질병 같은 거라고 해야 할까. 내가 아파 죽어도 남들에겐 쉬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심리. 상처를 꺼내 보여야 약도 바르고 공기도 통하고 하면서 아문다는 것을 잘 알지만 굳이 꺼내지 않고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 믿는 고집불통. 심리학에선 이 마음의 고름을 꺼내 보이는 것부터가 마음 치료의 출발이라고 한다.


방송 속 이 일화를 다시 찾아보게 건, 몸과 마음이 무거운 퇴근길 지인과 통화를 하다가 'OO야, 99점은 0점이 아니야'라는 말 때문이다. 그날 나는 99점인지 모를, 그저 빵점 같은 하루를 탓하고 있었다. 몸은 회사를 벗어났지만, 마음은 오전 11시로 돌아가 회의에서 버벅거렸던 거나 상사에게 정확한 의견을 피력하지 못했던 거. 부하직원과 나눈 사소한 말들을 되새기며 한없이 우울감이 빠져들고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애써 스스로 반성하며 감정노동을 일삼는 나에게 친구는 방송에 나온 모 연예인을 달래는 오은영 박사처럼 내 깊은 고름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대개 이런 압박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잘~한다는 것'은 남들에게 잘했다고 인정받는 '인정 욕구'에 가깝다. 물론 인정 욕구가 채워진다 해도 100점짜리 만족은 아니다. 스스로의 만족 이전에 외부로부터 먼저 인정받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외부에서 인정받더라도 스스로를 의심다. 겸손의 자세라기보다는 '나는 과잉평가받고 있다' '내가 그 정도는 아닌데' '나는 거품이다' 식으로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일이 더 다. 반대로 성과가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할 때는 나라를 잃은 것처럼 억울해하기도 하는, 결국 그런 억울함도 '역시 나는 이 정도밖에 못하는구나''나는 성공하긴 글렀다'라는 식의 자존감을 깎아 먹는 걸로 귀결되며 마음의 고름을 키워간다. 이런 일들이 장기화될수록 혹여 실수할까 두렵고, 실수하면 그나마의 명성에 금이 갈까 불안해진다. 한 발짝 떼고 나아가기가 지뢰밭을 걷는 것처럼 두렵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우리는 대체 '왜' 잘~해야 하나요?



누구나 잘하고 싶고, 노력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모두가 열심히 노오오력 하지만 모두가 그 노력을 인정받는 건 아니다(노력의 '노'까지나 아려나). 또 모든 걸 다 잘 해내고 모든 분야에서 인정받는 건 거의 불가능란 일이다. 문제는 인정 욕구가 강한 사람일수록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는 .


99점은 0점이 아니지만, 우리의 고귀한 가치는 점수로 환산될 수 없다. 혹여 0점을 받으면 또 어떤가.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고슴도치이기에 그들의 눈에 우리는 애써 뛰어난 성과를 거두지 않아도 100점의 가치로 빛나 보일 것. 우리가 제때 밥을 챙겨 먹고, 잠을 자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기특하게 여기는 가족과 친구들이 주변에 분명 있다. 그러니 잘~해야만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스스로 무엇을 위해 잘하고 싶은 지에 대한 냉철한 단이 필요하다. 맹목적인 잘~함은 스스로의 만족을 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란다. 100-1=0이 아니지만 99가 되던 0이던 그게 무슨 의미인가. 더 중요한 건, 어쩌다 0점짜리 인생이 되든 혹은 100점짜리 인생이든 오늘도 잘 버텼다는 것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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