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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준 May 24. 2024

아내의 죽음을 팝니다!

묘비 문구로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

돈은 사람의 삶을 상승시켜 주기도 하지만 짓누르기도 한다. 삶이 돈에 좌우되다 보니, 삶의 마지막 길인 묘비에도 돈은 계속 나타난다. 

평생 임대주택에 살았다고 농을 던지는 사람[에피소드 1: 끝내 임대주택에서 죽다], 살아서 돈을 바득바득 챙기다 자린고비로 묘비에 남은 사람[에피소드2: 약값을 아끼다가 그만 세상을...]에서 이미 삶과 돈, 죽음과 돈 이야기를 꽤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살펴볼 묘비 문구는 또 남다르다.     


여기 제인 스미스가 잠들었습니다.
토머스 스미스는 제인의 남편이며 대리석 절단 전문가입니다.
이 비석은 남편 토머스가 세웠습니다.
제인에게 주는 감사의 표시이자
토머스의 상품 샘플입니다.
이 묘비와 똑같은 스타일로 주문하시면 250달러 되겠습니다!

_제인 스미스. 미국인. 상업 정신 투철한 남편을 두었던 한 여성     


놀랍게도 묘비는 상품 샘플이 되었고 묘비 문구는 광고 문구와 가격표 태그가 되고 말았다! 제인 스미스, 당신은 이 사실을 모르겠죠? 예상이나 하셨습니까? 최후의 임종 때 남편이, “어, 당신 묘비 문구에 광고를 좀 실을까 해. 사람들이 내가 묘비를 만든다는 건 아는데 가격을 잘 모르더라고. 옆 동네 해리보다 내가 싸게 만드는데.”라고 말하던가요?

남편과 사이가 안 좋았나요? 아니면 너무도 사이가 좋아서 저런 묘비 문구를 써도 사람들이 수군거리지 않을 정도였나요? 토머스, 당신은 광고 효과로 몇 달러를 벌었습니까? 짭짤했나요? 별로였나요? 사람들이 뭐라고 안 하던가요? 아니, 자식들은 뭐라 안 했습니까!     

온갖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어떻게 생각하면 유쾌하고, 어떻게 생각하면 불쾌하다.


묘비의 주인공은 죽은 사람뿐이 아니라, 살아있는 가족들이기도 하다는 점을 색다른 방식으로 잘 보여주는 묘비 문구가 아닌가 싶다. 제 묘비에는 뭘 직접 광고해 드릴까요? DM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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