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 문구로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
돈은 사람의 삶을 상승시켜 주기도 하지만 짓누르기도 한다. 삶이 돈에 좌우되다 보니, 삶의 마지막 길인 묘비에도 돈은 계속 나타난다.
평생 임대주택에 살았다고 농을 던지는 사람[에피소드 1: 끝내 임대주택에서 죽다], 살아서 돈을 바득바득 챙기다 자린고비로 묘비에 남은 사람[에피소드2: 약값을 아끼다가 그만 세상을...]에서 이미 삶과 돈, 죽음과 돈 이야기를 꽤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살펴볼 묘비 문구는 또 남다르다.
여기 제인 스미스가 잠들었습니다.
토머스 스미스는 제인의 남편이며 대리석 절단 전문가입니다.
이 비석은 남편 토머스가 세웠습니다.
제인에게 주는 감사의 표시이자
토머스의 상품 샘플입니다.
이 묘비와 똑같은 스타일로 주문하시면 250달러 되겠습니다!
_제인 스미스. 미국인. 상업 정신 투철한 남편을 두었던 한 여성
놀랍게도 묘비는 상품 샘플이 되었고 묘비 문구는 광고 문구와 가격표 태그가 되고 말았다! 제인 스미스, 당신은 이 사실을 모르겠죠? 예상이나 하셨습니까? 최후의 임종 때 남편이, “어, 당신 묘비 문구에 광고를 좀 실을까 해. 사람들이 내가 묘비를 만든다는 건 아는데 가격을 잘 모르더라고. 옆 동네 해리보다 내가 싸게 만드는데.”라고 말하던가요?
남편과 사이가 안 좋았나요? 아니면 너무도 사이가 좋아서 저런 묘비 문구를 써도 사람들이 수군거리지 않을 정도였나요? 토머스, 당신은 광고 효과로 몇 달러를 벌었습니까? 짭짤했나요? 별로였나요? 사람들이 뭐라고 안 하던가요? 아니, 자식들은 뭐라 안 했습니까!
온갖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어떻게 생각하면 유쾌하고, 어떻게 생각하면 불쾌하다.
묘비의 주인공은 죽은 사람뿐이 아니라, 살아있는 가족들이기도 하다는 점을 색다른 방식으로 잘 보여주는 묘비 문구가 아닌가 싶다. 제 묘비에는 뭘 직접 광고해 드릴까요? DM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