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인 가구의 인구는 2024년 3월, 1002만 1413가구가 되어 1인 가구 천 만 시대가 열렸다.
출판사들도 고독사를 다룬 책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고, 베스트셀러도 꽤 있다.
고독사 자체는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강하게 의도했든 약하게 의도했든 간에 혼자 1인 가구를 구성하고 사는 것 자체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정해둔 '정답'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 내면의 생물학적 '명령' 때문인지,
아니면 실질 생활에서의 '불편' 때문인는 모르겠으나,
혼자 사는 사람들은 그것이 생각보다는 괜찮은 일이며, 좋은 일이며, 때론 멋진 일이라는 점을
사회에 계속해서 해명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결혼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책은 하나의 장르?를 이루고 있다고 보지 않지만, 1인 가구, 비혼주의, 비혼인들의 공동체, 이런 것을 말하는 책은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계속 나오고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현대 사회에서도 이런데, 과거 사회에서는 지금보다도 더 '짝'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관련해서, 오늘은 솔로 생활을 한탄하는 비문 문구들을 찾았다.
18세기 영국인인 헨리 라운드는 그래도 마음의 여유가 있었던 듯 싶다.
비유까지 사용하면서 가볍게 자신의 아쉬움을 표현했다.
여기 헨리 라운드 잠들다.
바다로 나갔지만 한 번도 발견된 적 없는.
_헨리 라운드. 끝내 결혼하지 못한 18세기 영국 남성.
“Funny Epitaphs”. Wentworth Hamilton Eaton. The Mutual book company. 1902.
이 정도면 위트도 있고 나름 문학적(?)이라고 봐줄 수 있지 않을까.
온갖 곳에서 물이 흘러들고 만나는 바다.
누군가를 만날 법도 한데 만나질 못했다.
헨리에게 이 망망대해는 너무도 넓고 쓸쓸하기만 하다.
이 정도 묘비명을 쓸 정도면 독신 생활에 안타까움은 있었겠지만, 그래도 즐거운 삶을 살지 않았을까.
비슷한 묘비명은 또 있다.
도로시 세실, 미혼.
아직은.
_도로시 세실. 19-20세기 영국 여성.
“I told you I was sick! the best guide to epitaphs”
한편 헨리나 도로시와는 전혀 다른 태도의 두 사람도 있다.
먼저 이천여 년 전의 그리스인 디오니시우스의 묘비 문구를 보자.
타르수스의 디오니시우스, 육십의 나이로 여기 잠들다.
끝내 미혼이었다.
내 아버지도 그랬으면 좋았을 걸.
_이천여 년 전의 그리스인. 나이 육십까지 미혼. (타르수스는 현 튀르키예에 있는 도시다.)
“Select epigrams from the Greek Anthology”. J.W. Mackail Fellow. Longmans, Green, And Co. 1890.
여유가 그래도 엿보이던 헨리와는 달리, 환갑에 죽은 이 그리스인은
'아예 태어나지 않는 게 나았다.'면서 솔로 생활의 슬픔을 비참하게 토해냈다.
아니 당신이 뭔데, 아버지의 행복까지 부정하고 그래!
이름도 하필 포도주와 다산, 쾌락을 상징하는 디오니소스 신과 관련 있는 이름을 받았다.
이름부터가 그의 존재를 놀리고 있구나, 아아 불쌍한 디오니시우스!
스스로의 이름을 얼마나 원망했을까.
한편 우리의 헨리 라운드와 동시대인인 다른 영국인도 디오니시우스와 같은 말을 내뱉고 있다.
육십의 겨울에 나는 죽었다.
기쁨이란 없었고, 고독하고 슬펐다.
결혼이란 매듭을 나는 끝내 묶지 못했다.
내 아버지도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_마찬가지로 육십까지 미혼이었던 한 영국인.
“Funny Epitaphs”. Wentworth Hamilton Eaton. The Mutual book company. 1902.
이봐요 당신, 당신도 뭔데 아버지의 삶을 부정하는 겁니까!
나이 육십이 되어 이렇듯 절절한 아픔(?)을 묘비 문구에 남기고 있는 독신 솔로들.
사회적 시선 때문에?
배우자의 부재가 역시 쓸쓸했던 걸까?
자식들이 없어서? 손자들이 없어서?
전부 다?
어머니가 주입식 교육(?)을 위해 아직도 되뇌고 있는 말이 생각난다. "사람은 정해진 때 정해진 일을 해야 해!" 아마 이 묘비 문구들은 어머니 같은 분들이 보시면 교보재로 정말 좋아하실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정해진 길을 간다고 나까지 그럴 필요는 없잖아요?
나중에 무엇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묘비 문구든 유언이든 저런 말을 남길 정도는 되지 말자는 생각이 든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즐거운 일도 많은데 끝까지 후회하다 죽는 건 너무 아깝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