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집자Y May 28. 2022

웹소설 편집자, 무슨 일 하세요?

<무슨 일 하세요?>



웹소설 편집자입니다.


직업을 묻는 말에 이렇게 대답하면 상대는 보통 흥미 가득한 눈이 된다. 웹소설이 뭔데? 하고 되묻는 사람도 물론 있고, 그럼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서 웹소설만 읽을 수 있겠네요? 하고 부러워하는 사람도 가끔 있다. (차차 털어놓겠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웹소설을 ‘읽는’ 일은 웹소설 편집자들이 하는 업무 중 10%도 차지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웹소설 편집자로서 웹소설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개인적으로는 스마트폰의 보급화와 함께 부흥한, 짧고 간단히 소비할 수 있는 ‘이야기’ 상품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오래전부터 인간이 이야기를, 그것도 ‘지어낸 이야기’를 소비해 왔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굳이 성경이나 셰익스피어 같은 고전을 거론할 필요도 없다. 내 또래 중 상당수는 한 번쯤 학창시절에 선생님 몰래 MP3나 PMP에 ‘.txt’ 파일을 넣어 놓고 키득거리거나, 해리 포터 혹은 반지의 제왕에 미쳐 있었던 경험이 있다. 대여점 책꽂이에 빼곡히 꽂힌 판타지 소설책을 죄다 독파해 봤거나, 인터넷에 올라오는 소설과 지어낸 ‘썰’들을 즐겨 봤을 수도 있다. 물론 백이면 백 모두가 그랬다고는 절대 단언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한 번쯤 비슷한 경험이 있었으리라고 확신하겠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웹소설’이 등장한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웹소설’이라는 장르를 도래시켰다고 할 수 있는 네이버 시리즈 플랫폼이 2013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것을 생각해 보면, 대여점 종이책 세대나 인터넷 연재 소설의 세대에서 지금의 웹소설 시장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것은 정말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웹소설 편집자’라는 직업도 생겨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직업군에 속할 수밖에 없다. 직군이 비슷해서인지 종이책을 다루는 출판편집자와 종종 비교가 되곤 하는데, 출판편집에 비해 전자책의 역사는 댈 수도 없을 만큼 짧다. 그러니 웹소설 편집자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는 업계 사람이 아니고서야 자세히 알기 힘든 부분이다.


앞으로 좀 더 세밀하게 적어 내려가겠지만, 기본적으로 한 질의 도서가 될 작품을 매니징하고 작가를 케어하는 것이 메인 업무라는 점은 종이책 편집자와 거의 비슷하다. 그렇지만 한 권의 종이책을 만들어내는 데 기본 수개월, 길게는 해가 바뀌는 시간을 감안해야 하는 출판편집과는 달리 전자책은 단 하루 만에도 뚝딱 제작이 된다. (물론 원고가 전부 준비되어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매일매일 회차 단위로 업데이트되는 연재형 웹소설의 경우에는 소요 시간이 더욱 짧다. 초고 전달부터 교정교열, 편집 및 제작, 그리고 출간까지의 전 과정이 단 몇 시간 만에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것을 바꾸어 말하자면, 웹소설 편집자의 하루는 그야말로 ‘쉴 새 없이’ 돌아간다는 의미다. 한 명의 담당자가 하나의 작품만 케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웹소설 편집자는 기본적으로 정규 근무시간 내내 최고의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연재 중인 작품만 다루는 게 아니라, 출간을 준비하는 작품과 이미 출간되어 세상에 선보인 작품들도 당연히 체크해야 한다. 거기에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거나 작가님들과 소통하는 일에도 면밀히 신경을 써야 하니, 그야말로 매일이 숨 가쁜 나날이다.


물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 중에 바쁘지 않은 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구태여 펜을 든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이제 웹소설 작가로 사는 법을 알려 주는 창구는 아주 많아졌는데, 정작 웹소설 편집자가 어떻게 일하고,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는 영 알려진 바가 없다. 활자를 다루는 직업인 만큼 활자로써 묘사된 우리의 매일도 매력적이리라 생각하지만 아직은 그 수가 많지 않은 듯하다. (격무로 인해 다들 여유가 없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십분 이해하는 바이다.)


하여 직접 ‘웹소설 편집자’로서의 치열한 삶을 회고하기 위해 소박한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 한 직업을 감히 대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나의 일상을 담아 내려 하는 만큼 다분히 개인적이고, 상당히 투박한 기록이 되리라 예상하지만, 본래 모든 사적 기록이란 그런 게 아니겠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