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심 경험디자인(HX) 유형별 특징: 온라인 및 콘텐츠 편
손자병법에는 지피지기(知彼知己)라는 말이 등장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아는 것이 병법의 기본이다. 적이 어떤 상황인지, 나의 전력은 어느 정도인지, 전장의 특징은 어떤지, 형세는 어떤지 알아야 그에 맞는 전략을 짤 수 있는 법이다. 어디에나 통하는 필승전략은 없다. 기획도 마찬가지다.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요령은 없다. 이번 장부터는 실제 HX관점에서 기획을 할 때, 각 분야의 유형별 특징을 살펴보고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짚어보려 한다. 병법으로 치면 전장과 형세를 살피는 일이다. 첫 번째 대상은 온라인 및 콘텐츠 경험이다.
온라인 경험과 콘텐츠 경험의 가장 큰 특징은 비대면이라는 점이다. 당신이 제공하는 경험이 온라인 상에서 이루어진다면 당신은 참여자를 직접 만날 수 없다. 따라서 이 유형의 경험은 가장 통제력이 낮고 관여도 역시 낮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한 때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참여자의 상태에 따라 노출 형태를 변경하거나, 참여자의 선택에 따라 결말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역시 오프라인에 비하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은 기본이 된 반응형 웹 노출 형태 역시 순서나 레이아웃을 조정한 것에 불과하며, 참여자의 선택지에 따라 결말을 달리하더라도 결국 정해진 반응을 순서대로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기획자는 참여자가 경험에 참여하는 시간과 공간을 통제할 수 없다. 어떤 참여자는 불 꺼진 어두운 방에서 TV를 통해 당신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고, 어떤 참여자는 밝은 대낮 야외에서 모바일을 통해 콘텐츠를 접하게 될 수도 있다. 콘텐츠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각각의 참여자에게는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온라인과 콘텐츠 경험은 디스플레이가 있는 특정한 기기를 매개로 한다. 대부분은 휴대폰, 태블릿, PC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전달할 수 있는 감각은 시각과 청각뿐이다. 반응형 콘텐츠라면 어떤 매체를 사용하든 치명적인 차이는 줄일 수 있겠으나, 각각의 참여자는 각기 다른 경험을 하게 될 확률이 높다.
같은 콘텐츠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인식될 수 있으며, 심지어 같은 사람일지라도 어떤 환경에서 콘텐츠를 접하는가에 따라 다르게 인식될 여지가 있다. 온라인 및 콘텐츠 경험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그 내용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전달 방식, 전달 순서, 전체 과정의 분량 등 콘텐츠 자체에 내포되는 요인이 가지는 힘이 크기 때문이다.
온라인 및 콘텐츠 경험은 가장 약하지만 가장 쉽고 잦은 가랑비와 같다. 참여자에게 행사할 수 있는 경험의 강도가 약할 수 있으나, 그만큼 비용이 저렴하다. 따라서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경우가 많다. 더 자주 노출시킬 수 있고 더 높은 빈도로 참여자와 만날 수 있다. 물론, 가랑비로도 옷은 적실 수 있다.
오프라인의 디지털화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이루어지는 시대다. 온라인 경험과 콘텐츠 역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쏟아져내린다. 오프라인이 가지는 매력이 분명히 있지만, 온라인 경험의 특징에 대해서도 반드시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기존의 기획에서는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명확했으나, 앞으로는 온/오프라인의 전환이 필요한, 그리고 가능한 영역이 늘어날 것이다. 지난 2년간의 역병은 수많은 오프라인 기획자가 온라인 기획을 하도록 만들었다. 머지않아 온라인 기획자가 오프라인 기획을 해야 하는 상황도 펼쳐질 것이다.
언제나 그래 왔듯, 기획자는 영역을 넘나드는 제너럴리스트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위 글은 책 <당신의 경험을 사겠습니다>의 초고입니다. 책이 출간되면서 일부 내용이 삭제되었습니다.
전체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