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엔딩크레딧에서 끝나지 않는다.

애프터케어도 경험의 일부다.

by 기획자 에딧쓴

영화의 끝은 어디일까.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시나리오의 종료가 영화의 끝일까? 크레딧과 쿠키영상까지 끝나야 영화가 끝나는 것일까? 앞서 이야기 한 내용들을 적용해, 경험의 관점에서 영화라는 경험을 살펴보자. 참여자(소비자)는 어떤 영화를 볼지 선택한다. 영화관에 간다면 사전에 예약을 할 수도 있다. 누군가와 함께 볼 지, 혼자 집에서 넷플릭스로 볼 지에 따라 영화 관람 시간은 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 집에서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며 잔잔한 영화를 볼 수도 있고, 영화관에서 콜라를 마시며 마블의 액션을 볼 수도 있다. 이내 영상이 종료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참여자 저마다 다른 방식의 경험이 시작된다. 여운을 즐기는 방식이다.




준비된 경험의 과정이 끝나고 난 후


참여자 경험의 시작은 기획자 입장에서 경험의 시작점보다 앞서 있다. (참고: 초장을 잘 쓰는 기획자) 우리는 인간중심의 경험디자인을 위해 계속해서 기획자 입장에서의 경험과 참여자 입장에서의 경험을 나누어 생각하고 있다. 기획자의 시각에서만 경험을 기획한다면 놓치게 되는 틈새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영화제작자라면 참여자가 어떤 과정을 통해 영화를 예매하고, 어디서 누구와 영화를 볼 것이며, 영화를 본 이후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저 영화만 잘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획자인 우리는 영화 관람이라는 경험을 기획하고자 한다.


최근 감상한 영화 중 가장 좋았던 경험을 떠올려보자. 좋은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다면, 참여자는 자연스레 여운을 즐기기 위한 행동에 나선다. 같이 본 친구와 좋았던 부분을 공유할 수 있고, 영화를 보지 않은 지인들에게 영화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마음을 충전하는 휴식시간에 영화를 다시 감상할 수도 있다. 이렇게 여운을 즐기는 과정까지가 해당 영화가 선사하는 경험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UX 디자이너, 전시기획자, 서비스 기획자 등 세분화된 분야의 전문가들과, 좀 더 포괄적인 의미의 인간경험(HX) 기획자가 나누어진다. 경험의 관점에서는 전시나 영화를 본 뒤, 함께 관람한 이와 감상을 나누는 것 까지가 콘텐츠를 소비한 경험이다. 전시 관람 이후 들를 수 있는 굿즈 상점에서는 단순히 판매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전시 관람 경험에 대한 회상도 함께 이루어진다. 인간중심으로 경험을 디자인하고 싶다면 그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영화 관람 '경험'을 기획하고 싶다면 쿠키 영상으로 다음 편을 기약하는 것을 넘어, 후기를 모으고 감상평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국 총체적인 경험의 질을 높여준다.




바이럴 시킬 것인가, 간직하게 할 것인가


참여자가 여운을 즐기는 과정에서는 주변 지인들에게 입소문을 낼 수도, 자신만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을 수도 있다. 기획자는 팔고자 하는 경험의 성격에 따라 여운을 즐기는 방식을 유도할 수 있다. 물론, 선택은 참여자의 몫이다. 특히 경험 이후 여운을 즐기는 방식은 경험의 성격보다는 참여자의 성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이 부분은 양자택일이라기보다, 염두에 두는 정도로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참여자가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바이럴을 유도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이벤트를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경험의 질을 낮추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관련 글: 인스타그램 공유 이벤트의 무용함)


사진 전시 <우연히 웨스 앤더슨 展>에서는 전시장 내부에서 사진 촬영을 허용했다. 단순히 허용하는 것을 넘어 입장 안내 시 사진 촬영이 가능함을 안내했다. 이로 인해 사진을 찍을 마음이 없었던 관람객에게도 '마음껏 사진을 찍어도 되는 전시'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전시장 내부는 힙한 인증사진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 즐비하다. 인기 있는 작품 앞에서는 차례대로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촬영된 많은 사진은 SNS을 떠돌며 수많은 바이럴 콘텐츠를 생산했다. 덕분에 대단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 이 점을 노리고 사진 촬영이 가능함을 사전에 안내하는 전략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전시회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기보다는 전시 자체를 즐기고 싶은 관람객에게는 이것이 치명적인 페인 포인트(pain point)가 될 수 있다. 작품을 가까이서 감상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촬영 앵글에 들어서게 된다. 사진 찍는데 방해되니 비키라고 하는 몰상식한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감상 외에 신경 써야 할 것이 늘어난 셈이다. 또한, 사진 촬영을 하느라 동선이 원활하게 흘러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사방에서는 셔터음이 들린다. 이러한 요소들은 경험의 질적인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홍보효과와 맞바꾼 손실이다. 웨스 앤더슨이라는 전시의 성격 상, 깊은 감상보다는 바이럴에 중점을 두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결과일 것이다.




여기까지 해서, 경험의 시작과 끝까지를 기획하기 위한 일반론을 살펴보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철저히 참여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기획자라고 해서 참여자와 만나는 접점만 기획해서는 부족하다. 인간 중심으로 경험디자인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참여자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인간은 연속된 시간을 살아간다. 정해진 프로그램처럼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지 않다. 경험을 파는 기획자라면 그 시간 속, 참여자의 삶 속으로 어떻게 들어가고 어떻게 빠져나올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당신의 역할이다.


이상의 내용은 어디까지나 일반론이다. 개별 사례에 대한 답은 당신이 가지고 있다. 당신이 팔고자 하는 경험은 당신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글은 탁상공론에 불과할 수도 있다. 글은 탁상에서 쓰이지만, 기획은 현장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은 쓸만한 공론이 되기 위해, 다음 장부터는 유형별로 고려할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위 글은 책 <당신의 경험을 사겠습니다>의 초고입니다. 책이 출간되면서 일부 내용이 삭제되었습니다.

전체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책으로 나오게 된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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