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을 숨기는 서비스

인간중심 경험디자인(HX) 유형별 특징: 서비스 기획 편

by 기획자 에딧쓴

경험을 제공하는 것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다르다. 경험은 기획자가 제공하는 상품, 서비스, 콘텐츠 등에서 참여자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비스는 고객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다. 서비스 역시 고객에게 경험되지만, 모든 경험이 서비스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 경험의 가장 큰 특징은 문제해결이 중심이라는 점이다. 이 점에서 좋은 서비스는 좋은 경험과 완전히 반대의 길을 갈 수도 있다.




좋은 서비스를 설계하고자 할 경우, 좋은 경험을 만드는 것보다 경험을 없애버리는 편이 나은 선택인 경우도 존재한다. 세상에는 사라지는 것을 지향해야 할 서비스들이 존재한다. (관련 글: 지도는 사라질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서비스 영역에는 경험디자인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 아니다. 경험이 상품이 되는 경험 경제에서는 소비자를 참여자로 맞이한다. 고객은 수동적으로 소비하던 존재에서, 능동적으로 경험에 참여하는 주체가 된다. 서비스를 통해 대상 고객이 얻고자 하는 것이 시간 절약, 노동력 절약 등이라면, 위와 같이 사라지는 것을 지향하는 게 최선일 수 있다. 그러나 고객이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많다. 원데이 클래스와 같이 배우는 경험 자체가 목적이 될 경우, 도슨트와 같이 과정을 즐기는 것 자체가 서비스의 목적인 경우 등이 그러하다.


자신이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의 본질에 따라 취해야 할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 무궁화호를 운영하고 있는 기획자가 '신속한 이동'이라는 서비스에 비중을 둔다면 KTX를 지향하는 것이 좋다. 그 결과 고객이 기차에 머무는 시간은 짧아질 것이며, 경험의 관점에서는 경험이 줄어든 셈이 된다. 그러나 '행복한 이동 경험'에 비중을 둔다면 체류시간은 오히려 길어져도 된다. 그러나 체류시간 동안 더 편리하거나, 인상적인 경험을 제공해주어야 할 것이다.


11925201706091643261496994206323.jpg 이동을 위한 열차를 넘어,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서해 금빛 열차 | 사진: 한국관광공사




콘텐츠 경험과 달리, 서비스 경험에는 막다른 길이 존재한다. 당신이 기획하는 서비스가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반드시 막다른 길에 대해 다뤄주어야 한다. 막다른 길이란 고객이 원치 않았지만 마주하게 되는 결과물이다. 주문하지 않은 음식이 서빙되거나, 연결이 깨진 링크에 접속하는 등의 경우다. 경험에서의 소비자는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참여자가 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준비되지 않은 상황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서비스가 일관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된 경우에 이런 사고가 발생한다.



1905-digital-insight-ux-writing-tfox-05-648x438.jpg 픽사의 404 에러 페이지. 누구나 만나기 싫은 연결 오류이지만 유쾌하게 대처하여 좋은 인상을 남긴다.


이러한 막다른 길은 앞으로 나올 공간, 이벤트 경험에도 존재한다. 참여자의 성향에 따라, 경험의 질에 대한 평가가 최고점이 아닌 최저점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도 많다. 가장 좋았던 경험보다, 가장 나쁜 일이 없었던 경험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모든 글에서 강조한 것과 같이, 경험의 대상이 될 타겟 참여자에 대해 깊숙이 이해해야만 한다.


당신이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는 어떤 경험을 지향하는가?




위 글은 책 <당신의 경험을 사겠습니다>의 초고입니다. 책이 출간되면서 일부 내용이 삭제되었습니다.

전체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책으로 나오게 된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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