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심 경험디자인(HX) 유형별 특징: 이벤트 기획 편
축제, 전시, 세미나, 팝업스토어. 이벤트는 경험디자인의 꽃이다. 경험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벤트는 좋은 경험을 전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벤트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참여자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기 쉽다. 이벤트 장면 자체가 추억으로 기억되기 용이하도록 만들어진다. 이벤트의 기억은 폴라로이드 사진과 같이 장면으로 기록된다. 인화된 장면은 나중에라도 다시 꺼내보기 편하다. 따라서 이벤트에는 필름지에 담아 가고 싶을 만한 장면이 있어야 한다. 인화된 기억은 방 한켠에 걸려, 두고두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벤트는 공간에 사건이 더해지는 형태로 완성된다. 공간 기획의 성격을 일부 물려받으면서도, 시간의 흐름이라는 요소가 가미된다. 이벤트에서는 공간의 구분보다 사건의 흐름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기획자가 가지고 있는 시나리오가 빈틈없을수록 참여자들이 목적에 부합하는 경험을 안고 돌아갈 수 있다.
이벤트의 경험은 다섯 가지 감각은 물론, 어떠한 정서를 유발한다. 즐거움, 감동, 고양감, 유대감 등. 심지어 정보 전달을 위한 세미나의 경우에도 각각의 참여자는 세미나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다양한 정서를 경험하게 된다. 앞서 우리는 정서가 경험에서 가장 강력한 맥락이며,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언급했었다.(관련 글: 윈도우를 사야 하는 자, 맥북을 사야 하는 자) 이벤트는 언제나 정서와 함께 기록된다.
어떤 정서를 가장 앞세워 전달할 것인지에 따라 이벤트 기획의 방향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공간의 메시지가 단어로 존재한다면, 이벤트의 메시지는 문장의 형태로 전달된다. 그렇기 때문에 비교적 명확하다. 단어로 존재하는 메시지는 이벤트 각 구역(zone)의 이름이 된다. 이벤트는 이러한 단어를 조합하여 하나의 문장을 참여자 가슴속에 남긴다.
오프라인 이벤트는 참여자가 군중을 형성한다. 물리적으로 느껴지는 군중은 온라인 이벤트에서는 결코 따라 할 수 없는 오프라인 이벤트만의 특징이다. 군중은 강력한만큼 위험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사건사고에 대한 안전관리를 해야 하고, 책임감이 분산되면 집단의 도덕성이 옅어지기도 쉽다. 그러나 군중만이 가질 수 있는 강력한 에너지를 갖는다. 무관중으로 치러진 콘서트와 관중의 떼창이 들리는 콘서트의 열기를 떠올려보라.
오프라인에서 치러지는 이벤트는 대부분의 경우 물리적인 형태의 기념품을 남긴다. 티켓, 굿즈, 책자 등. 이러한 기념품은 SNS에 업로드한 사진보다 더 개인적인 추억이 된다. 물건에 얽힌 추억은 참여자와 더 깊은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이벤트의 특징들은 경험이 상품이 될 때의 특징을 모두 물려받는다. 이벤트는 가장 강력한 경험 상품이다.
지난 2년은 오프라인 이벤트 기획자에게는 '잃어버린 2년'과 같았다. 전 세계에 퍼진 역병으로 인해 대면 접촉이 소멸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비대면 중심의 뉴 노멀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그러나 인간은 만남을 지향하는 존재다. 지구 상의 그 어떤 개체보다 큰 규모의 사회를 이루고 높은 수준의 사회 구조를 이루고 있다. 코로나의 종식과 함께 오프라인 이벤트도 부활할 것이다. 오히려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할 수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루어지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대면 교류가 주는 이점을 포기하지 못했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가 오프라인으로의 회귀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이후의 오프라인 이벤트는 이전과 다른 형태를 찾아갈 것이다. 온라인을 가미해 보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참여하도록 할 수도 있고, 미디어아트의 활용도 활발해질 수 있다. 시대는 변했지만 인간의 작동원리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변화된 시대에서도 인간경험에 대한 통찰은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위 글은 책 <당신의 경험을 사겠습니다>의 초고입니다. 책이 출간되면서 일부 내용이 삭제되었습니다.
전체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