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사는 브랜드

인간중심 경험디자인(HX) 유형별 특징: 브랜드 기획 편

by 기획자 에딧쓴

브랜드는 옆집에 산다. 옆집 이웃은 늘 가까이 있지만 매일 내 삶에 끼어들지는 않는다. 때로는 그곳에 있다는 것을 잊고 살기도 한다. 그러다 한 번씩 집을 나서다 마주치는 날이 있다. 반갑게 인사하는 이웃이 있는가 하면,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이웃도 있다. 같은 이웃이어도 반갑게 인사하는 날이 있는 반면 혼자 있고 싶어지는 날도 있다. 이웃과 브랜드의 차이가 있다면, 브랜드는 이사를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종신 부동산 계약을 맺는다. 이사를 가는 것은 브랜드 옆집의 당신, 소비자인 당신이다.





소비하는 입장에서의 브랜드


브랜드 아이덴티티(정체성), 컨셉, 메시지, 차별화, 충성도 모두 생산자 입장에서의 브랜드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브랜드는 무엇일까? 소비자 입장에서의 브랜드는 반복되고 일관된 자극에 대한 노출로, 무의식 속에 각인된 기억의 집합체이다. 심리학자들은 복잡한 개념을 이렇게 한 문장으로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게 얼마나 더 복잡하게 느껴지는지는 처절하게 경험하고 있으므로, 하나씩 뜯어서 살펴보도록 하자.


- 반복되고 일관된 자극

당신의 브랜드는 소비자 입장에서, 반복되고 일관된 자극이다. 당신의 브랜드는 어떠한 지향성을 가진다. 브랜드가 지향성을 이상적으로 장착하면, 브랜드 메인 슬로건부터 고객센터의 안내문구까지 모두 일정한 방향성을 가진다.


- 무의식 속에 각인

반복되고 일관된 브랜드는 여러 가지 콘텐츠, 서비스, 공간, 이벤트 즉 경험을 생산한다. 그리고 소비자는 이러한 요소들에 노출된다. 인간은 어떠한 자극에 노출되면 어떠한 반응을 보인다. 맛있는 고기 냄새에 노출되면 관련된 감각 뉴런이 활성화되고, 관련된 기억이 떠오른다. 공복이라면 배가 고파질 수 있고, 오늘 저녁 메뉴를 고기로 할까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은 무의식 중에 자동으로 일어난다. 반복되고 일관된 자극은 학습된다. 즉, 무의식 속에 각인된다.


- 기억의 집합체

기억이라고 하지 않고 기억의 집합체라고 한 이유가 있다. 브랜드는 단순히 저장된 정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머그컵과 '나의' 머그컵의 차이를 기억하는가? 머그컵은 어떠한 물체에 대한 정의에 가깝지만, '나의' 머그컵은 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대상이다. 관계에는 머그컵에 대한 정의는 물론, 특정한 기억, 나아가 정서까지 포함되어있다. 성공적인 브랜드는 정의로 기억되지 않고 느낌(인상)으로 기억된다. 느낌은 다양한 기억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억의 집합체는 머릿속 어떤 공간을 차지하고 들어앉는다. 그곳에는 특정하게 배분된 정서라는 문패가 붙는다. 애플이 사는 공간에는 세련됨, 시몬스는 편안함, 볼보는 안전함. 삼성의 스마트폰 갤럭시는 한 때 '아재폰'이라는 달갑지 않은 이미지가 붙어 있었다. 삼성의 끝없는 디자인 혁신으로 지금은 그런 이미지를 많이 벗은 듯하다. 그 과정에는 광고 영상이 있었다. 한동안 젊고 세련된 느낌의 갤럭시 광고 영상이 나오면 꼭 뒤에 붙는 수식어가 있었다.


"애플 광고 같은데?"


삼성이 의도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많이 세련되어지고 있다'가 아닌 '애플스러워지고 있다'였다. 세련된 이미지는 이미 애플이 강력하게 선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색상을 선점할 수도(코카콜라의 빨간색, 스타벅스의 초록색), CM송이나 카피를 통해 강하게 각인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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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각인된 브랜드는 개인과 어떤 관계를 형성한다. 그 관계가 끈끈할수록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가 된다.

브랜드 충성도는 재구매를 유도하거나 경쟁자를 제거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끈끈한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그러한 방법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딩에 정답은 없다. 당신의 브랜드가 어떤 친구, 어떤 이웃이 되어줄 수 있는지는 당신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퍼스널 브랜딩을 위해 자기 자신을 깊게 알고, 솔직히 드러내야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자기 자신을 알고 솔직히 드러낸 사람만이 깊은 친구를 사귈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디자인의 마지막 장에 브랜드를 배치한 것은, 이번 글의 내용이 앞선 모든 글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경험을 기획하는 우리는 궁극적으로 참여자와 어떤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결국 좋은 브랜딩이다. 지금까지 철저히 사람을 대상으로 경험을 살펴본 것도 결국은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친구란 무엇인가?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친구? 묵묵히 곁에 있어주는 친구?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는 친구? 당연히 사람마다 대답이 다를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당신의 브랜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당신은, 그리고 당신의 브랜드는, 어떤 친구가 되어주고 싶은가?




위 글은 책 <당신의 경험을 사겠습니다>의 초고입니다. 책이 출간되면서 일부 내용이 삭제되었습니다.

전체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책으로 나오게 된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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