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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Aug 18. 2018

머리카락 자르길 참 잘했다고, 믿어

후회없는 선택을 하는 방법

"자를까 말까?"


인생 최대 고민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만큼 친구들 사이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일은 중대한 사안이었다. 일명 '단발병'이라고도 불리는데, 긴 머리카락을 단발로 싹둑 자르고 싶은 충동이 솟구쳐 오르면 모든 사고의 흐름은 머리카락에서 멈췄다. 단발머리 스타일의 연예인 사진을 보고 또 훑어봤다.  


열일곱 살 이후로 평생 단발머리로 살아왔지만, 나 역시 매번 머리를 자를 때마다 고민에 빠졌다. 이번에는 조금만 더 참고 길러볼까 하고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해도 머리카락이 어깨에 닿기 무섭게 이발(?)을 해야 속이 시원했다. 나라고 언제까지 단발로만 살겠냐며 자르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보아도 습관이란 게 어찌나 무서운지,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미용실에 가서 또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었다. 커트비를 계산할 때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또 잘랐구나!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자르고 집에 돌아온 날, 거울을 보자 눈물이 찔끔 났다. 잘린 머리카락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당장 미용실로 달려가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주워 모아 붙이고 싶었다. 그렇게 한참 거울 앞에 서서 울먹이다가 문득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머리카락으로 장난이나 쳐볼까 싶어 잘 쓰지도 않던 고데기를 꺼냈다. 이래저래 머리카락을 만지다 보니 몇십 분이 훌쩍 지났다. 결론은, 웃기게도 나는 역시 단발이 잘 어울린다는 것이었다. 방금 머리카락을 자르고 온 탓에 적응이 좀 안 될 뿐, 고데기로 좀 만지고 나니 꽤 잘 자른 것 같아 보였다. 사람 마음 참 간사하게도.


후회없는 선택을 하는 방법은 없다. 다만, 내가 이미 선택한 것을 최고의 선택으로 만들 수는 있다. 이를 깨달은 후로 선택에 대한 부담과 선택에 드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무엇을 선택하든 그것을 좋은 선택으로 만들어내면 되니까.


이 글은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에 수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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