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유수진과 작가 유수진의 인터뷰

[나 자신과 인터뷰하기]

by 유수진

작가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나 자신과 인터뷰하기]



작가라면 자신의 프로필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글을 썼습니다. 내가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이고, 왜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고, 앞으로 어떤 글을 쓰려는 사람인지 쓸 수 있어야 한다고요. 호기롭게 쓰긴 했는데 말처럼 쉽진 않습니다. 나는 생각보다 내 자신에 대해 잘 모르니까요.


직업 특성상 종종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전 문화부장관이자 문학평론가이신 이어령 선생님,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최초로 개발한 강태진 대표님, 그리고 행사장에 찾아온 참관객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곤 했죠.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듣는 과정을 통해 나는 그 사람을 알아갔습니다. 물론 내가 하는 일과 연관된 부분에 대해서만 묻고 답했지만 묻고 답하기는 상대방의 생각과 방향성을 알아가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그래서 한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손발 오그라들지만 나 자신과의 인터뷰를요.




독자 유 : 안녕하세요, 작가님. 작가님의 글을 빠짐없이 읽고 있는 애독자입니다.

작가 유 : 네, 반갑습니다.


독자 유 : 현재 '작가로서 할 일도 많다만' 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계시는데요.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작가 유 : 저는 '어떻게', '왜' 라는 질문 앞에 서면 거짓말을 하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왜냐면 대단한 연유를 가지고 일을 시작하지 않거든요. '작가로서 할 일도 많다만' 이라는 제목도 버스에서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이 났는데 한번 써먹어보고 싶었어요. 이 제목을 써먹기 위해 작가로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을 가지고 목차를 만들어봤고 생각보다 꽤 나오길래 일단 써보기 시작한 거예요. 아직 많은 글을 쓰진 않았지만 이 주제로 글을 쓰는 게 작가로서 성장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독자 유 : 그래서 작가로서 할 일은 몇 가지나 되는 건가요?

작가 유 :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무한개일지도 몰라요. 저는 작가로서 할 일은 모든 일상과 연결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하물며 설거지도 작가로서 할 일이 될 수 있어요. 설거지가 산더미처럼 쌓인 상태에서 글을 쓰는 게 찝찝한 사람은 설거지부터 해야 하니까요. 작가로서 해야 하는 수많은 일들 중에서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 대다수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쓰고 있습니다. 몇 개가 될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독자 유 : 작가님의 글이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까요?

작가 유 : 저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나 혼자 쓰고 나 혼자만 좋아하려고 쓴 글이었다면 굳이 꺼내놓지 않았을 거예요. 나는 글쓰기에 대해 대단한 조언을 해줄 유명한 작가는 아니지만, 쫄지는 않습니다. 나 역시 무명 작가의 글을 읽고 힘을 얻은 사람이니까요. 작가로서 내가 해온 일,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들이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과 많은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별 수 있나요, 그렇다고 믿을 수밖에.


독자 유 : 글을 쓰면서 가장 보람되는 순간은 언제입니까?

작가 유 :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독자 분들의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위에서 쎈 척 하면서 말씀드렸지만 사실 제 글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 잘 모를 때가 많아요. 그런 저에게 잘 읽었다는 독자 분들의 댓글은 '응, 계속 써도 돼'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다음 글을 써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것 같아요.


독자 유 : 앞으로 어떤 글을 쓰실 계획인가요?

작가 유 : 당분간은 작가로서 할 일들에 대해 써볼 생각이고요. 조금 먼 당분간은 글쓰기와 삶의 연결성에 대해 쓰고 싶어요. 그리고 더 먼 당분간은 당연하게 바라봤던 삶의 한 조각을 비틀어서 안일해져있던 삶에 충격을 가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너무 깊게 듣지는 말아주세요. 한 시간 뒤에도 바뀔 수 있는 게 계획이니까요.


독자 유 : 마지막으로 저에게 궁금한 것은 없으신가요?

작가 유 : 오늘 제 인터뷰가 저의 프로필을 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인터뷰였는지 궁금합니다.


독자 유 : 작가님이 '어떻게, '왜' 라는 질문 앞에서 거짓말을 하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사람, 유명한 작가는 아니지만 쫄지 않는 사람, 독자의 반응을 통해 계속해서 글쓰는 힘을 얻는 사람, 확실한 계획 따윈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 유 : 소득이 있었다니 다행입니다.


독자 유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 유 : 인터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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