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이라고 불러주었을 때

[스스로 작가라고 믿기]

by 유수진

작가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스스로 작가라고 믿기]


문예창작학과를 나왔다고 하면 옆구리에 시집을 끼고 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시를 잘 알지 못합니다. 수능 잘 보려고 달달 외운 시 조차 하나도 기억이 안나요. 그런 나도 아는 시가 하나 있는데,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입니다. 아래는 그 시의 일부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나에겐 '작가님'이라는 호칭이 그렇습니다. 이 호칭을 들으면 감투라도 하나 쓴 것 같지만 황송하고 쑥스러워요. 처음 작가님 호칭을 들은 건 6년 전, 동화책을 냈을 때였습니다. 정식 출간도 아니었고 얼떨결에 낸 책이라 내가 작가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저를 작가님이라고 불러주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처음엔 나를 놀리는 건가 싶었어요. 내가 작가는 무슨 작가야, 라며 웃어 넘겼죠.


그런데 작가님 소리를 듣는 횟수가 쌓이면서 어느샌가 나는 작가가 되었어요. '되어버렸다'고 하는 게 더 맞겠습니다. 작가님 호칭은 날 놀리고자함이 아니라 나 스스로 작가라고 믿게 만들어준 이름이었던 거예요. 유수진이라는 내 이름 석자처럼요. 그때부터 글을 쓰는 일이 예전보다 더 '일'처럼 느껴졌어요. 나의 에너지와 재능을 활용해 쓸모있는 결과물을 생산해내는, 또 하나의 직업적 활동이라는 명확한 느낌이요.


진지하게 글을 쓰고자 한다면 자신을 스스로 작가라고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누가 그렇게 불러주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내 명함에 작가라고 넣고 글을 쓴다면 작가인거죠.


얼마 전 2018년을 마무리하는 한 식사 자리에서 내 글을 꾸준히 읽어주시는 한 분에게 작가님이라는 호칭을 들었습니다. 이젠 꽤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부끄럽고 몸둘바를 모르겠더군요. 한편으론 작가님이라는 호칭이 항상 부끄럽고 몸둘바 모르겠는 호칭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여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평생 여자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작가로 태어났지만 평생 작가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나를 작가님이라고 불러준 사람들은 나를 작가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솔직히 참 듣기 좋습니다. 계속 듣고 싶은 만큼 계속 글을 써야겠지요. 그렇게 나는하루하루 작가님으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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