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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Mar 20. 2019

저의 우려되는 점이 뭔가요?

[공모전에서 떨어지기]


작가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공모전에서 떨어지기]


며칠 전, 면접관으로서 면접에 들어갔습니다. 누군가를 평가하는 일은 여전히 어색하지만 뭐든 하면 할수록 조금씩 익숙해지더군요. 긴 시간 면접을 보고 드디어 마지막 지원자의 차례가 됐습니다. 일찍 면접장에 도착해 준비를 하고 있던 지원자였습니다. 몇 가지 질문과 대답이 오가고 면접이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 지원자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나 궁금한 점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잠시 머뭇거리던 지원자는 생각지 못한 질문을 했습니다.


"면접관님들이 보시기에 저의 우려되는 점이 무엇인가요?"


없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과 가장 적합할 것 같은 분을 찾고 있고, 단순히 눈에 보여지는 스펙의 차이로 합격, 불합격이 나눠지는 것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지원자 분이 질문을 한 의도가 면접을 망쳤다고 느꼈기 때문인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고 싶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겨우 한 번의 만남, 그것도 단 30분 동안의 대화로 감히 지원자의 '우려되는 점'을 판단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 질문을 듣고 나는 '브런치북' 공모전에서 탈락한 것이 떠올랐습니다. 떨어질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수상자 발표날 홈페이지에 들어가 몇 번이나 새로고침을 누른 것을 보면 아주 조금은 기대를 했던 모양입니다. 휴지 조각이 된 로또 용지를 보듯 수상자 명단에 ‘유수진’이 없는 것을 거듭 확인한 후, 내 글의 부족한 점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습니다. 주제가 매력적이지도 않았던 것 같고, 내용의 깊이도 얕았던 것 같고, 독자의 입장에서 다음 글을 계속해서 읽을 만한 흡입력도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조금이나마 수상의 기대를 가져본 내 글이, 공모전에서 떨어지고 난 후로는 모든 게 다 문제처럼 보였습니다.


"심사위원님들이 보시기에 제 글의 우려되는 점이 무엇인가요?"


이렇게 질문하면 심사위원님들은 어떤 대답을 해주실까요.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수상작에 비해 내 글은 객관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고,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 훨씬 더 많으니까요. 그러나 한편으론 내 글이 이번 공모전과는 잘 맞지 않았고, 이 한 번의 탈락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그렇든 아니든 그렇게나마 훌훌 털어내야 더 나아진 글로 다음 공모전에 도전할 용기를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


부족한 점은 채우되 우려되는 점에 위축되지 않고 다음 공모전에 다시 도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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