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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Jul 14. 2019

상처받지 않겠다는 마음의 오류  

영화 <조>를 통해 본 사랑의 오류 세 가지


#1. 우리 사이의 성공률을 수치로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영화 <조>에서 ‘조’는 커플들의 연애 성공률을 예측해주는 연구소에서 일한다. 커플은 우리가 잘 맞는 사이인지, 아닌지 70%, 82%처럼 정확한 수치로 알고 싶어 하는데 이것이 비단 영화 속에서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용하다는 점집 앞에 줄 서 있는 커플들도 '둘이 잘 맞는 사이네'라는 이 한 마디가 듣고 싶은 것일테니.


만약 정말로 우리 사이의 성공률을 수치로 알 수 있다면, 상대방을 선택하는 조건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최소 얼마를 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차가 있었으면 좋겠고, 키는 몇 이상이었으면 좋겠고, 하는 것처럼 나와의 성공률 수치가 최소 80%는 넘었으면 좋겠다, 하는 조건이 추가될 것이다.


공유, 박보검, 송중기를 그렇게나 좋아하던 친구들은 실제로 연인을 선택할 때 외모를 보지 않았다. 오히려 잘 생긴 사람은 부담스러워서 피하기도 하고, 농담으론 잘 생긴 사람이 좋다고 해도 자신의 연인에 대해서는 외모를 크게 중요시하지 않았다. 즉, 조건을 조건일 뿐, 어떤 조건도 사랑에 정확한 기준이 될 수 없다. 나는 50%에도 만족하는데, 상대방은 80%에도 만족할 수 없다면 이미 우리의 성공률은 0%이다.


#2. 나에게 상처주지 않는 이와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것이 로봇이라 하더라도


조는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용기를 내어 고백하는데, 콜에게 믿을 수 없는 말을 듣게 된다. 바로 그녀가 콜이 만든 로봇이라는 것. 콜은 전부인인 엠마와의 사랑에 실패한 후, 절대 먼저 자신을 떠나거나 상처를 주지 않는 로봇을 개발한 것이다.


우리는 상대방이 나를 떠나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나 나를 버리지 않을까, 나에 대한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하며 사랑의 감정을 더 단단히 매듭지으려 한다. 만약 상대방이 나를 절대 먼저 떠나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면 우리의 사랑은 안정적일 수 있을까. 덜 상처받을 수 있을까.


조는 콜이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바라봐주지 않자 그와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결국, 로봇도 상처를 받으면 인간을 떠나갈 수 있다는 것. 상처받지 않으려는 콜의 발버둥은 헛수고였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만은 절대 상처받지 않겠다는 조건은 애초에 사랑이라는 관계에 맞지 않는 이기적인 조건이었을까.


#3. 단 두 시간만이라도 첫사랑의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다면


연구소에서 단 두 시간 동안 첫사랑의 짜릿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베나솔'이라는 약을 개발한다. 약은 빠르게 전파되어 중독 현상을 일으키고, 불량품이라도 얻으려 연구소 앞 쓰레기통까지 뒤지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만약 정말로 이런 약이 개발된다면 그 약을 먹고 싶을까? 아무리 극적인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 마련이지만, 첫사랑의 설렘은 쉽게 잊지 못한다. 그저 우주 안의 작은 먼지에 불과했던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 만물이 우리를 위해 움직여주는 듯한 그 기분을 잊지 못하는 것은 '다시 느끼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약을 먹어서 다시 첫사랑 때의 기분으로 돌아간다면, 그것은 이제 '첫사랑'이 되지 못한다. 두 번째, 세 번째, 백 번째 사랑이 될 뿐, 어떤 방법으로도 '처음'은 두 번이 될 수 없다. 안타깝지만 어떡하랴. 처음에 대한 기억이 유독 오래 지속되는 것은 그만큼 특별하기 때문일 테니, 그 소중함을 간직하며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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