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년 비독립자의 꿈

[독립하기]

by 유수진

작가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독립하기]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밥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어. 그게 얼마나 행복한지!”


이직을 하면서 거처를 제주도로 옮긴 친구는, 그토록 바라던 독립의 꿈을 이뤘습니다. 성향이 비슷한 우리는 십 년이 넘도록 만날 때마다 혼족 라이프의 장점에 대해 입이 마르고 닳도록 떠들었고 하루빨리 부모님의 집에서 독립하자고 말했습니다. 주말 아침마다 가족들의 생활 소음에 억지로 잠에서 깰 필요도 없고, 언니가 씻는 동안 화장실 앞에서 기다릴 필요도 없는, 지극히 혼자의 시공간을 위해.


그녀의 집에선 한라산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작지만 아늑한 나만의 공간이 있으니 서울에서처럼 굳이 인테리어가 예쁜 카페를 찾아가 오천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지도 않습니다. 커피 머신과 작은 소파, 그리고 책 한 권이 있으면 더없이 훌륭한 주말을 보낼 수 있습니다. 단 하나 걸리는 점이 있다면 집에서 벌레를 맞닥뜨렸을 때 정도? 눈물을 조금 흘리긴 했지만, 다행히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31.7년 동안 단 한 번도 혼자 살아본 적이 없는 나는, 독립을 간절히 꿈꾸지만 사실 두려움이 큽니다. 뉴스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혼자 사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 소식이 들려오고, 배탈이 나면 구급차를 부르기 직전의 상태에 도달하는 나의 몸을 이곳저곳 주물러줄 가족이 곁에 없다는 사실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거구의 남성도 때려 눕힐 싸움의 기술을 배운다 한들, 365일 내내 자연주의 음식을 꼭꼭 씹어 목구멍으로 넘긴다 한들, 분명 누군가와 함께 사는 만큼의 안심이 들지 않겠죠.


그럼에도 내가 독립을 꿈꾸는 이유는, 결국 혼자 감당해야 할 부분에 대해 감당할 수 있는 용기와 혼자 사는 사람만이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혼자의 행복을 만나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내가 상상하는 독립은 글을 쓰는 일과 비슷해요. 마치 이 글을 처음 시작한 사람도, 끝맺는 사람도 오로지 나 하나뿐인 것처럼 침대에서 눈을 뜨는 순간부터 다시 눈을 감는 순간까지 오로지 나만이 나를 움직이는 것. 때로는 밀린 빨래나 며칠째 쌓인 음식물 쓰레기와 씨름을 하더라도 결국엔 내 손으로 해치워야 하는 것. 누구도 내 생각과 내 글을 대신 쓸 수 없다는 강한 믿음이 나를 글쓰는 사람으로 이끌었고, 이는 내 라이프에도 똑같이 적용되리라 믿어요.


누군가는 코웃음을 칩니다. 그렇게 며칠만 지나면 너는 돼지 우리에서 살려달라며 울고 있을 거라고. 딱히 아니라곤 대답하지 못했고 독립이 반드시 10평 남짓한 원룸으로 이루어지는 꿈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요. 아아, 그리고 월셋값이 벌레보다 더 무섭다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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