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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Nov 07. 2019

무릎이 아파 병원에 갔더니

작아도 내 상처라서

3주 전쯤부터 왼쪽 무릎이 아팠다. 이전에도 아픈 적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곤 했는데 이번엔 통증이 꽤 오래 갔다. 웬만하면 주먹으로 툭툭 치고 말겠는데, 밤에 자면서 자세를 바꿀 때마다 깰 정도이니 병원에 가봐야겠다 싶었다. 평생 세 번 정도 가봤을까 싶은 정형외과에.


"염증이 조금 있긴 한데, 심하진 않네요."


여기저기 꼼꼼히 초음파 검사를 해봐도 그다지 큰 원인이 발견되지 않았다. 괜히 엄살을 피운 것 같아 얼른 침대에서 내려와 서둘러 신발을 신었다. 그래도 경과를 좀 지켜보자, 더 심해지면 주사를 놓자, 하는 의사 선생님께 "약이면 충분해요"하고 도망치듯 진료실을 빠져나왔다. 3주 내내 무릎 때문에 신경이 쓰였으면서. 회사에서 장시간 앉아있다가 일어날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무릎을 안쪽으로 꺾을 때마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불편했으면서. '그리 심하지 않다'는 그 한 마디에 나는 한 번도 아프지 않았던 사람처럼 굴었다. 아니, 굴어야 할 것 같았다. 최근 건강검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약 2년 전, 가슴에 혹까지는 아니지만 무언가 작은 것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고, 심하진 않으니 매년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다. 그리고 1년 후, 크기가 조금 더 커지긴 했으나 여전히 심하진 않으니 꾸준히 지켜보자고 했다. 그리고 올해, 나는 혹시 그것이 더 커지진 않았을까 염려하며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크기가 그렇게 신경 쓰실 정도는 아니에요. 그래도 매년 경과를 지켜보시는 게 좋겠죠."


이런 상처들이 내 몸 곳곳에 숨겨져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가엾기도 하다. 고작 '그리 심하지 않은 상태'인 주제에, 공식적인 상처로 인정받지도 못한 것들. 심하게 아프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가도, 내 몸과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없도록 경계선을 긋고 있는 것만 같다. 네가 그리 신경쓸 정도는 아니야, 라고 나의 입을 틀어막는 것만 같다.


며칠째 무릎약을 먹었다. 괜찮아진 것 같기도 하고 안 괜찮아진 것도 같다. 신경쓰지 말라는 데도 자꾸 신경이 쓰이는 건, 너에겐 작고 사소해도 나에겐 그렇지 않은 상처라서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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