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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Dec 02. 2019

요즘 나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

우아한형제들 CCO 한명수, 하늬모하늬의 이하늬  

지난주 한 HR행사에 참석했다. 마케팅 행사엔 여러 번 참석해봤지만 HR행사는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참석해본 마케팅 행사와 대체적으로 비슷했지만 다소 무게감 있고 정적인 편이었다. 굵직한 기업의 임원급 연사들이 무대에 올랐다. 아무리 경력이 많은 연사라 하더라도 큰 무대에 서면 긴장도 될 것이고, 준비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온 집중을 다할 것이다. 그러다보니 연사들의 강연 스타일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 강연이 끝나고, 다음 연사가 무대에 오르는데 눈이 번쩍 떠졌다. 위아래 옷은 모두 빨간색에, 무대에 오르는 순간부터 다소 호들갑스럽게(?) 귀가 떨어져라 큰 목소리로 인사하며 올라왔기 때문이다.


"아 난 몰라몰라, 앞에서 너무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잖아. 난 그런 거 안 할거지롱!"


저러셔도 되나 싶어 왠지 모르게 내 얼굴이 빨개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마도 청중 대다수가 적잖이 당황했던 것 같다. 연사는 TV나 SNS를 통해 익히 알고 있던 우아한형제들 CCO 한명수님이었다.


우아한형제들 CCO 한명수님

강연 자료는 정말 중요한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게 아닌 이상 별로 쓸 일이 없는 빨간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글씨 크기도 맨 뒷자리 사람까지 충분히 보일 정도. 어느 것 하나 '보통'다운 게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의 유쾌함에 점점 빠져들었다. 유쾌하고 독특한 스타일로 강연을 하는 사람이 그 뿐이겠냐만 앞 순서부터 쭉 이어져 오던 분위기를 깨고 180도 다른 스타일을 꺼내기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빨간색 옷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넓게만 느껴졌던 공간을 순식간에 채웠다.


단순히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스스로를 강요해온 부분은 없었을까?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렬했던 그의 강연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강연이 끝난 후, 잠시 화장실에 가려 강연장 밖으로 나서는데 맨 뒷자리에 앉아있는 그를 발견했다. 방금 무대에서 그렇게 유쾌하게 말한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차분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가 청중들에게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던져주고 싶었는지, 무대에서보다 무대 뒤의 모습에서 더 진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최근 보기 시작한 유튜브 채널이 있다. 배우 이하늬님이 운영하는 '하늬모하늬'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진한 화장을 한 모습도 나오지만 그녀의 콘텐츠는 보통 화장기 없이 요가 수업을 받거나 꽃시장에서 꽃을 사거나 그 꽃을 집앞 화단에 심는 등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모습들이 담겨 있다.


매력적인 보조개를 돋보이며 항상 환하게 웃던 그녀가 유독 진지한 얼굴로 혼자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 콘텐츠가 있다. 올해 최고로 흥행했던 영화 '극한직업'으로 큰 사랑을 받기 전, 그녀에게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동료 배우로부터 '차'를 마시는 것에 대한 소소한 즐거움을 배우고 에너지 회복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배우 이하늬님의 유튜브 채널 '하늬모하늬' 화면 캡처

스스로에게 행복에 대해 질문하는 그녀를 보면서, 나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생각했다. 사실 어떤 것이 행복인지  모르겠을 정도로 행복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아마도 특정 문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거나 걱정이 없을 ,  '편안함' 느낄  행복을 느끼는 것도 같다. 가령 밤에 혼자 편안한 향의 향수를 뿌리고 요가 매트 위에서 하루종일 뭉친 근육을 푸는  같은,  그런 .


그런 일상의 소소함을 충만하게 느끼지 못하는 하루하루가 쌓이다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문제가 발병하고 만다. 일정 기간 안에 알아차리지 못하면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이 썩어버리기도 한다. '조금만 참으면 몇 년 뒤에 더 행복해질 거야'라며 지금의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는 사람들이 그 몇 년 뒤 행복해진 모습을 본 적이 있던가. 크나큰 꿈을 이루는 것도 하나의 행복이겠지만, 매일 작은 것에서 잦은 행복을 느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최근 들어 많이 생각하게 된다. 둘다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지만.


일상에서의 소소함을 회복하는 게 행복의 키라고 말하는 그녀를 보며 나에게도 질문해본다. 오늘 나에겐 어떤 소소함이 있었는지. 나에게 행복이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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