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출간한 에세이,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를 읽은 엄마는 내 책이 20대 독자들에게 좋을 책인 것 같다고 했다. 무작정 맨몸으로 부딪치던 사회초년생 시절의 이야기(믿거나 말거나 그땐 의자 2개씩 거뜬히 어깨에 들춰 메고 일했다) 혹은 어떻게 나이가 들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은 글에서 그렇게 느끼신 듯하다. 나도 책을 출간하면서 어떤 분들이 내 책을 읽어주실지 궁금해 블로그나 온라인 서점에 올라온 서평을 빠짐없이 읽었지만, 정확하게 독자 유형을 분석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얼마 전, 에세이에 수록된 글 중 일부로 브런치북을 만들어 두었는데 '오늘의 브런치북'에 소개되면서 조회수가 급증했다. 그것은 곧 독자를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쌓였다는 뜻. 책을 출간한 지 어느덧 일 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 ‘인사이트 리포트’를 열어보자니 유독 많은 일이 있었던 일년 간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주요 독자 성별은 여성이 월등히 높았고, 연령은 내 예상대로 30대가 가장 많았다. 내가 30대이니 같은 공감대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다음으로는 40대 독자가 많았다. 브런치 플랫폼의 특성이 많이 반영되어 실제 책의 독자 유형과는 다를 수도 있지만, 흥미로운 결과였다. 3, 40대가 되면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이 많아지는 걸까.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을 어떻게라도 풀어내고 싶은 욕구가 커지는 걸까. 난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한다. 과연 같은 마음이실지.
브런치북을 만들면서 가장 고민됐던 부분은, 실제 에세이에 수록된 글 중 어떤 글을 뽑아 넣을 것인지였다. 공유가 많이 되었던 글과 서평에서 '좋았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은 글,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에세이의 주제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글을 뽑아서 11개의 글로 구성했다. 이 중 어떤 글이 가장 반응이 좋을지도 궁금했는데, 완독률이 가장 높은 글은 '글은 신중히 쓰면서 말은 왜 함부로 해'였다.
이 글은 내 브런치에 있는 전체 글 중 6번째로 조회수가 높고, 3번째로 공유수가 많은 글이다. 또한 2번째로 댓글이 많이 달린 글이었는데, 그만큼 타인의 말로 인해 상처를 입은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은 듯하다. 여전히, 가혹하고 못된 이기적인 말들이 내 일상에도 그대로 팽개쳐있다. 그러나 다만,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가만히 듣고만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글을 씀으로써 조금씩 나를 지켜내는 법을 배워온 것 같다.
‘인사이트 리포트’ 뿐만 아니라 브런치에 올린 글마다 일일 조회수나 공유수 등을 빠짐없이 살펴보는 편이다. 댓글로 나누는 공감이야 말로 다 할 수 없고, 그 외로 숫자만이 말해줄 수 있는 인사이트가 있기 때문이다. 조회수는 높지만 리액션이 많지 않다면 매력적인 제목에 비해 내용이 부족했다는 것이고, 조회수는 그럭저럭인데 공유가 많이 됐다는 건 큰 기대 없이 읽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은 유용한 팁이라는 뜻일 테니. 나는 앞으로도 이렇게 글을 쓰고 독자 분들의 반응으로 힌트를 얻어 또 다음 글을 쓸 거다. 그런 면에서 이번 글은 다음 글의 또 다른 힌트가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