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쓴 <면접관인 내가 생각하는 면접 잘 보는 방법>은 내 브런치 글 중 가장 스테디셀러(?)다. 그만큼 '면접'과 '채용'에 대해 많은 분들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정보를 찾아본다는 뜻일 터. 항상 구직자의 입장에 있었던 내가, 처음으로 나와 함께 일할 인턴 사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을 쓴 글인데, 자기소개서에는 '잘하는 것'보다는 '잘한 것'을 강조해야 한다거나 면접을 볼 때 심각해 보이는 면접관의 표정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지금 다시 읽어보아도 여전히 중요한 포인트다.
이 글을 쓰고 2년이 넘게 흐른 지금, HR 관련 서비스인 리멤버 커리어에서 일을 하며 여러 채용 담당자분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표님부터 인사 담당자, 그리고 헤드헌터 분들까지. 그들과 채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 사람과 회사가 만나는 과정은, 우리가 사회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맺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를 한눈에 알아보기 힘들듯 아무리 한 기업의 대표님이더라도 이력서를 보자마자 '이 사람이다!'라고 확신이 들기는 어렵다. 과거의 면접이 회사 내에서 한 시간 가량 형식적인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형태였다면, 요즘에는 근처 카페에서 가볍게 티미팅을 하거나 식사를 하며 편안하게 서로의 니즈를 확인하는 채용 형식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방문 트레이닝 서비스의 대표님은, 후보자에게 삼겹살을 같이 먹자고 제안했고, 그 자리에서 연봉 협상까지 마쳤다고 했다(인터뷰 전문).
이러한 변화는 기업뿐만 아니라 구직자에게도 본인과 잘 맞는 회사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나도 한 회사에서 최종 면접까지 보고도 추가적으로 티미팅을 한 적이 있는데, 회사는 나를 채용할지 말지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싶어 티미팅을 제안했을 것이고, 나 역시 그 회사에 입사해도 될지 말지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싶어 제안에 응했다. 결과적으로 그 회사에는 입사하지 않았지만, 그 한 번의 티미팅이 서로가 감당해야 할 미스매칭의 손실을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줄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요즘 채용의 핫 키워드는 '기회'가 아닐까 싶다. 본인이 얼마나 기회에 문을 열어두느냐, 얼마나 많은 기회를 만드느냐에 따라 원하는 곳에 채용될, 원하는 사람을 채용할 확률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한 구직자는 개인 블로그에 자신이 얼마나 데이터에 관심이 많고, 데이터를 다루는 마케터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꾸준히 포스팅을 했다. 그리고 자신의 프로필에 블로그 링크를 걸어두었다. 그녀의 프로필을 확인한 인사 담당자는 그녀가 비록 관련 경력은 없지만 꾸준히 올린 블로그 포스팅을 보고 회사와 함께 만들어갈 것이 많다고 판단해 면접을 제안했다. 기회는 그렇게 기척 없이 틀을 깨고 찾아온다.
'왜 나에게만 기회가 오지 않을까'하며 잠 못 이루던 20대 때의 숱한 밤. '한 번 만나보고나 싶다!'라고 생각한 채용 담당자분들을 이렇게 일로써 만나 뵙게 될 줄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막연한 새벽을 혼자 이겨내던 20 때의 나에게, 지금의 나는 이런 대답을 해주고 싶다.
15년 전, 우리 반에 서른 명이 넘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그중 딱 한 명의 친구에게만 비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처럼,
저 수많은 회사 중 네가 앉을자리 한 곳이 없는 게 아니라 결국 저 수많은 회사 중 네가 앉고 싶은 한 자리를 만나게 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