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한국 특수작전부대는 무인체계 시대에 무엇을 할 수 있는데?”
웨스트포인트 출신의 퇴역 미 육군 중령이 나에게 Skeptical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현역 시절 꽤나 펜타곤에서 잔뼈가 굵었으며, 지극히 ‘미국 우선주의’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그래도 특별한 계기로 맺어진 인연 덕분에 서로 솔직하게 소통하는 사이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 역사에도 관심이 많아, 고구려, 백제, 신라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만큼 방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다.
나는 “무인체계는 인간 영역(Human Domain)에 접근할 수 없잖아요.”라고 에둘러 대답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의 질문은 많은 것을 시사했다. 무인체계가 발달하면 할수록 정찰, 타격, 항공화력유도 등 우리 특전사가 적진 깊숙한 곳에서 주로 수행하는 임무의 필요성이 점점 줄어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인간 영역과 관련된 ‘비정규전(UW)’도 존재하긴 한다.) 인공지능 기반의 무인체계가 발전하면, 인명 피해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특수작전부대를 운용해야 할 필요성이 감소할 것이다.
미국 특수작전부대의 장성급 인사들이 대외 심포지엄에서 자주 언급하는 말 중 하나가 “특수작전부대는 단순히 문을 부수고 건물에 진입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대가 아니다(We are not only door-kickers.)”라는 표현이다. 실제로 미국 특수작전부대는 물리적 영역의 작전보다 비물리적 영역의 작전에도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세간의 ‘람보’ 같은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 특수작전부대의 장성들은 의회나 대외 컨퍼런스, 심포지엄 등에서 지속적으로 미 국가안보전략과 전략경쟁시대 속 특수작전부대의 ‘특별함’을 강조하고 홍보하고 있다.
우리도 변해야 한다. 부대를 이끄는 리더들은 ‘성역’ 같은 집무실, 부대 울타리를 벗어나 정부, 학계, 업계(industry)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우리의 역할에 대한 정책/전략적 수준의 담론을 만들고, 역할을 '특별'하게 만들고, 자원들이 집중될 수 있도록 논리를 제시하고 관철시켜야 한다. 내부적 조직운영의 세부 사항들은 과감히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여, 조직이 보다 스스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젊은 세대들은 단순히 ‘수당’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조직의 정체성과 그 안에서 자신의 임무가 갖는 중요성에서 더 큰 동기를 얻는다.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현장에서 땀 흘리는 이들의 일상적 과업을 보다 ‘special’하고 ‘fancy’하게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에게 더 투자해야 한다. 우리 조직에 들어오면 자신의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줄 수 있도록, '사람'에 대한 예산의 우선순위를 높여야 한다.
몇 년 전 미 특수전학교 위탁교육과정에서, 블랙호크 조종사 출신의 대위와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내가 그에게 “왜 조종사라는 멋진 병과를 두고 이 커뮤니티를 선택했느냐?”라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단순했다. “일단 다른 육군 부대보다 자율성이 보장되어서 좋아. 내 활동이 백악관에 보고되고, 정부의 정책관계자들과 교류하며, 해외에 나가 대사관 직원들과 협력할 수 있는 것만큼 fancy한 일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