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7일
"예술가로서 모서리를 지키는 일이 어렵지만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판화작가의 말이다. "착한 사진은 별로예요." 영빈이 좋아하는 사진 유튜버가 자주 하는 말이다. 우리는 두 예술가들이 말하는 '모서리'나 '착한'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우리가 이해한 모서리는 위트나 신념이고, 착한은 매력이 없다는 뜻. 덧붙이자면 재능 같은 거랄까.
이도: 어떻게 해야 모서리가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내 모서리는 어디로 솟아 있나. 지금까지 찾지 못한 거면 없는 거 아냐.
영빈: 나도 착하지 않은 사진을 찍고 싶은데 그건 혹시 타고나는 재능인가. 재능 없는 나는 영영 착한 사진만 찍게 될 것인가.
이번 주는 영빈이 목적지를 정하는 주말. 어김없이 조용한 시골에 도착한다. 남계서원. 영빈은 사진 찍으러 주변을 돌아다니고 나는 날씨가 차가워 볕이 좋은 대청마루에 앉아 12:45를 기록한다.
이 공간에서 내 마음에 드는 건 처마에 매달려있는 것. 처음에는 풍경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등이다. 조그마한 등을 보고 있으니 좋다. 시원하게 뚫린 하늘도 황금 들판도 고즈넉한 한옥도 됐고 '등 멍'을 때린다. 그러고 보면 집에 저런 것들이 많다. 여행지나 소품샵에서 사 모은 모빌이 옛날 내 방에도 지금 집에도 천장에 주렁주렁 있다. 그래서 내 취향이 작고 주렁주렁인데, 이게 혹시 어떤 모서리가 될까 하고 엮는다. '존재감 없는 모서리' 이런 풀이는 슬프니까. '작은 것까지 잘 보는 모서리'로 마무리하자.
뭐 이런 모서리 없는 글을 쓰고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