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아빠 하면 생각나는 단어는 대구, 보수, 가부장적이다. 대구에 나고 자란 그는 보수 유튜버의 이야기를 꽤 진지하게 믿는다. 밥을 먹을 때 본인 수저만 딱 챙겨 자리에 앉는 편이고, 혼자 있으면 잘 챙겨 먹으면서 엄마랑 같이 있으면 거의 움직임이 없다. 조금씩 밉다고 할까.
"삼겹살 만원치, 아니 목살, 목살 2만 원 치 사온나."
아빠의 말에 별말 없이 갔다 와 '2만 원 치 얼마 안 되네.'라는 생각을 하며 펜에 고기를 굽기 시작한다.
며칠 전 영빈의 말과 눈물이 있었기도 하고, 처음으로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쓰겠다고 마음으로 아빠의 심부름이었던 목살을 그렸다. 이제 아빠 이야기만 하면 되는데, 뭐가 안 떠오른다. 요즘 아빠랑 덜 싸우게 된 게 영빈 때문인 건 확실하다.
10년 전 이맘때, 군인이던 영빈의 휴가기간 중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부모님한테 잘해. 아버지한테 좀 잘해드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이맘때 영빈이 자주 하는 말이다.
"당신은 이 기분을 전혀 모르겠지." 하며 영빈이 울던 날. 본인은 과음으로 기억하지 못하지만, 내 마음에는 작은 틈이 생겼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