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7일
영빈과 갈빗집에 갔다.
한 테이블에는 여자 두 명 다른 한 테이블에는 남자 세명이 저녁을 먹고 있었다. 갑자기 부는 바람에 체감온도가 낮은 날이었다. 갈비 삼인 분과 진로 한 병을 시킨 뒤 난로에서 얼었던 몸을 녹이던 그때. 남자 세명 테이블이 부산스러웠다. 그중 한 명이 쌈을 싸기 시작하더니 그 쌈을 들고일어나는 게 아닌가. 그의 눈길 끝에는 우리 테이블에 기본 반찬을 나르고 있는 여학생이 있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그 애의 바쁜 움직임에 그는 멈칫하더니 다시 앉았다.
영빈과 나는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영빈도 본 것이었다.
그날 저녁밥을 먹는 내내 생각했다. 만약에 저쪽에서 학생에게 이상한 짓을 한다면, 만약에 내가 나선다면, 만약에 저쪽이 강하게 나온다면.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학생에게 쓰인 마음을 생각했다. 오늘 처음 본 사이지만, 그녀가 곤란을 겪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는 마음. 연대와 오지랖 둘 중 어떤 것이었다 하더라도 오늘을 기억할 것이다. 생각만 했던 일을 기어코 해냈던 첫날로 말이다.
한참 늦게 온 우리가 나갈 때까지 저쪽 테이블은 끝날 기미가 없었다. 계산을 하면서 학생에게 메모를 남겼다.
'남자 세명 테이블에서 학생에게 쌈 싸주려고 하는 걸 봤어요. 별일 없겠지만 혹시나 해서 말씀드려요.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