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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 Jan 23. 2022

각 일병에 자작

1월 22일

영빈과 내가 최종으로 합의한 주량은 각 일병이다. 

방식은 처음부터 두 병을 주문해 각자 앞에 두고 자신의 속도대로 마시는 걸로 한다. 한 명씩 시키면 시원한 온도로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병이 어중간한 위치 그러니까 식탁 중앙에 술을 놓게 되는데 구이집이라면 불 옆이 되고 그렇지 않더라고 술병을 가지러 가는 길이 멀어지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속도가 서로 다르다 보니 한 병을 다 못 마신 기분에 억울하다는 나의 의견이 더해져 한 병씩 앞에 두고 알아서 마시기로 정했다.  


이렇게 자작이 몸에 익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술을 마실 때면 여지없이 다름을 느끼게 된다. 내가 마시고 싶을 때 잔을 들면 앞사람이 서둘러 잔을 부딪혀 주고, 내 잔에 술을 따르려고 하면 맞은편에서 안주를 먹으려고 들었던 젓가락을 놓고 병을 뺏어 술을 따러주는 것들 말이다. 그게 몇 번 반복되면 내 술 마시는 일에 눈치가 보이고 알코올에 몸을 온전히 맡기지 못하고 주변을 살피며 누가 잔이 비었는지 누가 잔을 드는지 신경 쓰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둘이서 마신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버리는 야들야들한 양대창에 각 일병을 앞에 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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