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
몽롱한 하루가 지나고 보름달이 뜬다는 추석날이 밝았다. ‘제사’를 시작하기 전까지 바삐 움직이던 숙모들과 언니는 의식이 시작되면서 뒤로 물러났다.
무엇보다 영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제사에서 ‘영빈의 처’인 나의 존재는 지움으로 두드러졌다.
외삼촌은 영빈에게 옷을 갈아입고 자리에 서라고 했지만 내게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방으로 들어와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문을 완전히 닫아도 되는지 활짝 열어 놓아야 하는지 고민했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괜찮고 상관없다는 배려를 받은 대가는 “여자들은 좋겠다. 정장 입고 절해야 하는 의무 없이 방에서 편히 쉬어도 되니까.”하는 말을 듣는 것이었다.
1박 2일 동안 조카와 정자에서 사과를 먹고, 영빈과 산책을 하고, 사촌들과 즐겁게 놀았다. 하지만 10분 남짓 내가 서 있던 공간에서 지워졌던 시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