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저녁

#2

by 이도


우리집 사람들은 보통 아침 9시에 나가서 저녁 8시쯤 집에 온다. 나는 잠귀가 밝은 편이라 누가 있으면 자꾸 깨기 때문에 저 시간은 내 취침시간이기도 하다. '철커덩' 쇠문소리가 알람이다. 계단 올라오는 시간에 기지개를 켜고 문 앞으로 간다. 문이 열리면 내 이름을 부르며 밥도 주고 물도 주고 냄새나는 화장실도 치워줄 것이다.

나는 방금 깨끗해진 화장실에서 큰일 보는걸 좋아하는데 집사람들도 그런 것 같다. 소리를 지르며 허공에 팔을 휘저으며 춤을 춘다. 그리곤 바로 화장실로 돌진해 그것들을 꺼내는데 그렇게 좋아해주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피곤한 얼굴로 돌아온 집사람들은 쉬지 않고 움직인다. 옷을 벗어 옷장에 넣고 다른 옷을 입고 화장실도 갔다가 청소기를 돌린다. 그렇게 한참 움직이다가 바닥에 퍼질러 누으면 다시 일어나는 일은 잘 없다. 온 집안을 휘저으며 돌아다니는 집사람을 따라다니다 잠이 완전히 깬 나는 바닥에 누워 휴대폰을 보는 집사람을 불러 보지만, "왜"라고 대답만 할 뿐 낚시대를 들 생각이 없다. 몇 번 더 불러보지만 집사람들은 서로 미루기 바쁘다.

"이보, 감자랑 좀 놀아줘. 나는 밥도 주고 물도 주고 했는데."

"세소, 나도 화장실 치웠잖아. 세소가 놀아줘."

"이보, 나는 빨래도 널어야되고 옷도 개야되고."

"세소, 나도 설거지 해야하는데."

"이보?"

"세소!"

집사람들이 각자 휴대폰을 보면서 이런 대화를 반복하면, 나는 포기를 하고 문턱에 앉아 밖을 본다. 얼마나 지났을까. 뒷통수에서 시선이 느껴지더니 여자 집사람이 신음 소리를 내며 일어나 낚시대를 잡았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우다다를 시작한다. 집사람의 춤사위는 점점 과격해지고 나도 숨이 턱끝까지 차오를 때쯤, 남자 집사람이 관심을 보인다.

그가 "감자야."하면서 겨우 숨을 쉬고 있는 나를 들어올렸다. 자기 빼고 좋은 시간 보내고 있으면 꼭 이렇게 방해를 한다. 여자 집사람도 김이 샜는지 다시 바닥에 엎드려 영상을 본다.

그의 손아귀를 벗어나는 방법은 최대한 불쌍한 소리를 내면서 그의 질투가 빨리 끝나길 기다리는 것이다.

'아, 여자 집사람 종아리를 베고 그루밍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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