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에 심호흡 기능이 탑재된 까닭
애플워치 5 에르메스님께서
내 손목을 감아 주셨다.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친구 한 녀석이 왼쪽 손목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애들아, 드디어 ‘애플워치 5 에르메스’님께서 내 손목을 감아 주셨다.” ‘애플워치 5 에르메스’는 미국의 IT기업인 애플과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Hermès)가 콜라보 하여 만들어낸 스마트워치다.
디올, 랑방, 지방시, 루이비통 등 유수의 프랑스 명품 브랜드들의 정점에 있는 바로 그 브랜드. 영화 기생충에서 박사장의 부인이 들고 있던 수 천 만 원짜리 버킨백(Birkin)이 나오는 그 브랜드가 바로 에르메스다. ‘애플워치 5 에르메스’에는 이른바 ‘에르메스 프리미엄’이 붙었다.
그래서 애플에서 출시된 스마트워치 모델 중 가장 비싸다. TMI일 수 있지만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의 ‘애플워치 5 에르메스’ 모델은 무려 157만원이다. 손목에 차는 전자시계로써 결코 만만한 금액이 아니다. 그런 시계를 친구 녀석이 산 것이다. 아니 ‘애플워치 5 에르메스’님께서 친히 손목을 감아주신 것이다.
“야, 롤렉스 산 것도 아닌데 무슨 호들갑을 그렇게 떨어?” 시계를 좋아하는 남자들이라면 전방 10M 거리에서도 알아볼 수 있다는 롤렉스 서브마리너 그린 모델을 차고 있던 친구가 빈정거렸다. 그 순간 에르메스의 은총을 받은 친구가 시계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잠깐만, 심호흡 할 시간이야.
이렇게 말하고선 1분 동안 시계를 바라보며 숨을 들이쉬다 내쉬기를 반복했다. 그 1분 동안 동창 녀석들은 온갖 육두문자를 날려댔다. “x친놈이 이 상황에서 숨을 쉬고 앉아있네.”
애플의 CEO인 팀 쿡은 2019년 1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애플이 인류에 가장 크게 공헌하는 분야는 건강이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애플워치는 단순한 전자시계가 아니다. 사용자의 건강을 관리해주는 일종의 플랫폼이자 손목 위의 퍼스널 트레이너다. 애플워치가 가진 여러 가지 건강관리 기능 중에 사용자들에게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은 Breathe라는 심호흡 어플이다.
애플이 인류에 가장 크게 공헌하는 분야는
건강이 될 것이다.
남자들의 로망이자 부의 상징인 메이드 인 스위스, 롤렉스 시계에는 없지만 애플워치에 있는 것은 바로 이 심호흡 기능이다. 우리는 보통 심호흡이라고 하면 명상이나 요가와 같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떠올린다. 그런데 첨단을 달리는 IT 기업 애플에서 스마트워치에 심호흡을 기능을 넣었다니. 다소 의외라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애플에서는 왜 이 기능을 탑재한 것일까?
그 이유는 심호흡이 우리 몸에 아주 좋은 습관이기 때문이다. 평소에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어떤 운동을 하냐고 물으면 심호흡, 다시 말해 숨쉬기 운동을 한다고 농담처럼 대답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심호흡은 ‘진짜 운동’이고, 우리 몸에 여러 가지 유익함을 제공해주는 생산 활동이라고 한다. 의학적으로 입증된 심호흡의 이점은 다음과 같다.
▶ 심호흡의 이점
- 폐의 사용량을 늘려주어 폐를 튼튼하게 해준다.
- 혈중산소농도를 높여 혈액순환을 도와준다.
- 이산화탄소 배출을 통해 우리 몸의 독소를 제거해준다.
- 심장 박동 횟수를 조절해줘 긴장을 풀어준다.
- 부교감 신경계를 조절해 스트레스를 줄여 준다.
- 허리를 펴줘 자세를 바로 잡아 준다.
- 평정심을 갖게 해줘 마음 근육을 단련시켜 준다.
- 장 활동을 도와줘 소화가 잘 되게 해준다.
심호흡만으로 이정도의 이점을 얻을 수 있다면 당장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심호흡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애플워치의 Breathe App 뿐만 아니라 심호흡 전문가들은 보통 다음과 같은 순서로 심호흡하는 것을 권장한다.
애플워치의 심호흡 기능을 작동시키면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나온다.
“잠시 시간을 내어 심호흡을 하면 더욱 상쾌한 하루가 됩니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몸의 긴장을 풀고 현재에 집중하세요.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의 세션을 완성해보세요.”
하나, 움직임을 멈추고 호흡에 집중하기
애플워치의 시작 버튼을 누르면 “움직임을 멈추고 호흡에 집중하십시오.”라는 메시지가 뜬다. 이처럼 심호흡의 첫 번째 단계는 움직임을 멈추고 안정된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심호흡은 걷거나 움직이면서 하는 게 아니다. 새벽에 일어나 심호흡을 하는 경우에는 침대나 거실 벽에 등을 기대거나 아예 바닥에 누워서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등받이가 있는 의자도 괜찮다. 몸을 고정시키고 나의 호흡에 집중한다. 호흡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오른손은 배 위에 왼손은 가슴 위에 올려놓는다.
둘, 숨 들이마시기
허리를 펴고 가슴을 열고 눈을 감는다. 코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폐 속으로 공기를 보낸다고 생각한다. 약 5초간 들이마신다. 이렇게 들이마신 공기를 배 쪽으로 보낸다고 생각하며 배를 부풀린다. 이때 오른손을 배 위에 올려 배가 제대로 부풀어지는지를 확인한다. 5초 동안 들이마신 다음에는 숨을 1초간 멈춘다.
셋, 숨 내쉬기
들이마시는데 5초라는 시간을 사용했다. 내 쉴 때도 비슷한 시간을 사용하는 게 좋다. 5초간 천천히 코로 숨을 내쉰다. 이때 내 몸 안에 있는 스트레스와 온갖 부정적인 에너지들이 나간다고 생각한다. 배 속에 들어있던 숨들이 나가며 왼손과 오른손이 평행을 이루게 된다.
넷, 반복하기
이 과정을 짧게는 1분에서 길게는 10분, 15분 동안 반복한다. 물론 심호흡을 반드시 아침에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규칙적으로 매일 아침 일어나서 일정 시간동안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언제 어디서든지 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갑작스럽게 불안감과 초조함을 느낄 때, 누군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느낄 때, 졸음이 오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 이런 상황에서 나의 호흡에 집중하는 것은 나를 보다 활력 있게 만들어줄 수 있다.
숨을 쉬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숨 쉬기에 집중하는 사람도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호흡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숨 쉬기를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었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심호흡이 그런 게 아닐까?
심호흡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마음 챙김의 방법이다. 모든 것을 멈추고 내 몸으로 들어오는 숨과 나가는 숨에 집중하는 것.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을 비워버릴 수 있는 순간이자 오롯이 나 자신에게 몰입하는 일이 심호흡이 아닐까? 어쩌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몇 분 동안 심호흡하는 것이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하루에 5분, 아니 1분만이라도 심호흡에 투자하자. 1분 투자로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면 이것만큼 수익률 좋은 상품은 지구상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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